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제재 강화 정책을 천명하면서 유조선 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원유 수출을 0(제로)으로 낮추는 각서에 서명하고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등에 대중국 수출을 포함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란은 현재 일일 160만배럴 안팎의 원유를 수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에 맞춰 6일 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홍콩 국적 VLCC <스타포레스트>(Star Forest), 카메룬 국적 VLCC <옥시스>(Oxis), 파나마 국적의 아프라막스 유조선 <지오이오사>(Gioiosa) <시에이치빌리언>(CH Billion) 호 등의 이란 원유 수송에 사용된 선박을 비롯해 엄브라내비(Umbra Navi) 등의 선주와 선장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미국 정부는 <스타포레스트>와 <옥시스>는 200만배럴 이상, <지오이오사>는 70만배럴, <시에이치빌리언>은 60만배럴가량의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수송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 강화에 착수하면서 유조선 시장이 빠르게 급등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브래머에 따르면 2월7일자 중동-중국항로 운임지수(WS)는 67을 기록, 전주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5월 말 68p 이후 최고치다.
일일 용선료 수익은 저유황유(VLSFO) 사용 기준 4만2000달러, 고유황유(탈황장치 장착) 사용 기준 5만2000달러까지 급등하며 단기 고점을 찍었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사용 선박 모두 손익분기점인 3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2월 90p 선을 돌파하는 폭등세를 보였다가 서서히 하락해 연말께 39p까지 떨어졌던 WS는 올해 1월 47로 반등한 데 이어 2월1일 60.2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60p선을 넘어섰다.
지난 연말 2만달러대였던 용선료는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4만달러 선까지 급등했고 트럼프가 이란 제재 강화 각서에 서명하자 5만달러를 돌파했다.
WS는 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59.4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14일 현재 VLCC 운임은 저유황유 사용 선박 3만3000달러, 스크러버 설치 선박 4만3000달러 안팎이다. 전주에 비해 각각 7000달러가량 하락했다.
게다가 제재 국가 원유 수송에 투입되는 그림자선단(다크 플리트) 퇴출이 본격화하면서 공급 감소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지난 1월10일 러시아 또는 이란산 원유 수송에 종사하는 그림자선단 183척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과 인도는 이들 선박을 대체해 다른 유조선 섭외가 불가피해졌다.
시장 관계자는 “이란 제재로 중국과 인도 등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해 오던 국가들이 수입처를 원거리인 대서양이나 미국 멕시코만, 서아프리카, 브라질 등으로 전환하면 톤마일 증가로 유조선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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