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항에서 출토된 고래 화석 |
2부 ‘고래와 인간의 만남’에서는 고래와 인류의 교감을 역사, 문헌, 문화 등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낸 ‘우리 역사 속 고래’, ‘우리 문헌 속 고래’, ‘문화 속 고래’, ‘고래의 눈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물이 소개된다.
특히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울산 반구천 암각화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8m 높이의 대형 탁본은 바위그림 전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계 최초의 고래사냥 장면이 새겨진 이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간과 바다의 교류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인류 문화의 정수로 평가된다.

| ▲조선시대 해양생물 서적 <자산어보> |
이 밖에 조선시대 해양생물 서적 「자산어보」, 고래수염으로 만든 서양의 코르셋, 「피노키오」와 「백경」(Moby Dick) 속 고래 이야기 등 다양한 시대와 문명 속 고래의 흔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산업화 이후 포경산업으로 인한 고래의 생존 위기도 함께 다뤄진다.
경북 문경에 있는 김룡사 화장암 범종도 고래와 관련된 작품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종의 위쪽 용 모양의 고리는 용의 아홉 아들 중 셋째인 포뢰이고 종을 치는 당목은 고려 형태로 만들어졌다. 포뢰가 고래를 몹시 무서워해 만나면 크게 울부짖었다는 전설이 소재가 됐다.

| ▲김룡사 화장암 범종 |
또 침향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료로 알려진 용연향(龍涎香, ambergris)도 볼거리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생성되는 덩어리로, 예로부터 구하기 어려운 귀중품으로 평가됐다. 갓 만들어진 용연향은 악취가 나지만 바닷속을 떠다니면서 은은한 흙냄새 같은 향기를 갖게 된다.
20m Χ 6m 고래 실감 영상은 시민들 쉼터
이와 함께 폭 20m, 높이 6m 크기의 압도적인 고래 실감 영상 특별전 <하모니: 고래로 바다를 보다>는 무더위로 지친 시민들을 위한 특별한 쉼터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 앞에 마련된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넘실대는 파도를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를 체험할 수 있다.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으로 제작된 입체 영상은 평면 스크린을 실제 깊은 바닷속처럼 착각하게 한다. 또 박물관 1층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유명한 장남원 작가의 혹등고래 사진이 전시돼 특별전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판옥선 모형 |
우동식 인천해양박물관 관장은 “고래는 과거 인류에게 식량이자 재산이었고 신화와 예술 속에서 경애와 문화적 상징의 소재였지만 오늘날에는 기후 변화와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 여러 위기 속에서 반드시 우리가 보호해야 할 귀중한 생명으로 부상했다”며 “인류사에서 다양하게 인식돼 온 고래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재조명하고자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래와 인간> 전시는 10월12일, <하모니: 고래로 바다를 보다>는 8월31일까지 이어진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HMM 컨테이너선 모형 |
인천시 중구 월미도에 지상 4층, 연면적 1만7천여㎡ 규모로 들어선 박물관은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해양 교류의 역사를 통해 바다의 가치와 영향력을 조명하는 <바다, 길을 열다>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조선 시대 군함인 판옥선 모형과 일제 강점기 수탈의 통로가 된 인천항의 옛 모습, 국내 대표 선사인 HMM의 컨테이너선 모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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