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본토를 잇는 해상교통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유럽의 공공서비스 의무제(Public Service Obligation)처럼 우리나라도 연안여객선의 공공성 강화가 섬 주민 교통권 보장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은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해외 선진 사례들을 토대로 국내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발제에 나선 한국섬진흥원 장철호 부연구위원은 연안여객선이 단순한 민간 수송수단이 아니라 섬 주민의 생존과 생활을 지탱하는 국가 기간 교통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섬 인구 감소와 고령화, 민간 중심 지원 체계 한계 등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유럽의 공공서비스 의무제를 소개하며 노르웨이와 이탈리아가 해상교통을 국가의 공공서비스로 규정해 정기적 운항과 일정 수준의 요금을 직접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섬 주민의 교통권을 ‘기본교통권’으로 제도화한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최소한의 교통망을 국가 책임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안군의 공영제 도입 성과를 소개하면서 연안여객선에 점진적으로 공영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학교 이은방 교수가 진행한 패널토론엔 해양수산부 심상철 연안해운과장,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문규 운항본부장, 한국해양대학교 박성호 교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류희영 전문연구원, KS해운 황성만 대표이사, 이동의 즐거움 류부현 부사장이 참여해 연안여객선이 섬 주민의 생존과 생활을 지탱하는 필수 공공 교통수단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문규 운항본부장은 국가가 여객선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국가보조항로를 공공기관에서 직영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박 운영비를 절감해 안전과 서비스에 재투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현재 보조항로는 29개 항로 29척이 운영 중으로, 연간 200억원을 국가에서 지원한다.
이 본부장은 또 AI 기반의 스마트 승·하선 체계를 도입해 발권 시간을 기존 2~3분에서 1~20초로 단축하고,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환승 편익을 제공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작업 중심의 발권 절차로 인해 매표원과 여객과 선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는 현실도 부각됐다. 토론자들은 신원 확인형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여객선 승·하선 절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육상 대중교통과의 환승도 가능해져 섬 지역 정주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과 문화적 접근, 나아가 국가 책임형 해상교통체계 구축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공단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정책적·기술적 제안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섬 주민 교통권 보장과 연안여객선 공공성 강화, AI 스마트 해상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섬 주민의 교통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자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권리”라며 “섬 지역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공단은 정부와 지자체와 협력해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해상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후원한 이날 토론회엔 국회와 해양수산, 학계 전문가 외에도 전국 지자체와 여객선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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