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도회사 유니온퍼시픽(UP)이 노퍽서던(NS)을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철도 운영의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다. 대형 북미 철도회사 2곳이 통합되면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85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결정된 이후 당국의 승인 과정을 앞두고 합병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UP는 미 서부를 중심으로 한 화물철도 회사로, 미 동부에서 운송망을 구축해 온 NS와 통합이 실현되면 미국 최초의 화물 전용 대륙횡단철도가 탄생한다. 미국 전역에 걸쳐 5만마일(약 8만km) 이상의 철도 노선을 하나로 연결하고, 북미 전역과 100여개 항만을 잇는 철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북미 최대 화물철도 기업이자 UP와 호각을 이루는 BNSF레일웨이가 보유한 3만2500마일(약 5만2000km) 규모의 철도망보다 더 큰 규모다.
북미 화물철도회사는 매출 규모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1급 회사엔 미국의 UP, NS, BNSF, CSX트랜스포테이션(CSX) 4곳과 캐나다의 캐나다내셔널철도(CN), 캐나다퍼시픽 캔자스시티(CPKC) 2곳이 속해 있다.
이처럼 대규모 철도 회사의 합병이 발표되자 미국의 항만·물류 이해당사자들은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항만사용자협회(NAWE)는 12월1일 연방 규제기관인 미국 육상교통위원회(STB)에 제출한 서한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미국 공급망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NAWE는 4대 경쟁사가 2곳으로 축소되면 경쟁 약화와 항만-철도 복합운송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합 철도사가 충분한 투자를 병행하지 않을 경우 항만 물류의 필수 인프라인 온독(On-Dock) 부두 내 물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철도 업계의 시설 투자 수준이 미미한 탓에 항만터미널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면서, 증가하는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업계는 거래가 승인되면 철도를 이용한 랜드브리지(대륙교) 수송이 강화되면서 동부 항만이 피해를 보게 될 거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미국 동안 항만이 직항 물동량을 확보하려고 추진한 막대한 시설 투자 전략이 위협받을 거란 의견이다. 현재 수입화물을 내륙으로 운송할 때 철도를 이용하는 비중은 동부 항만은 40% 정도에 불과한 반면, 서부 항만은 60%를 웃돌아 철도 물류가 강세를 띨 경우 서부 항만이 유리한 환경을 맞을 걸로 분석된다.
경쟁 관계인 BNSF 측은 지난 11월 열린 콘퍼런스에서 UP-NS의 합병이 승인되더라도 자사는 타 회사와 합병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STB에 서신을 보내 UP가 1996년 서던퍼시픽(SP)을 인수할 당시 이행하기로 한 조건을 지켰는지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CPKC는 UP와 NS의 통합 발표 이후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표명하며 지속적으로 반경쟁적 행위 가능성을 우려했다.
UP는 12월 첫째 주에 STB에 공식 합병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2주 연기했다. 회사는 지난 11월 주주들에게 합병 승인을 받았으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2027년 초까지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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