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2017년 3월 발생한 폴라리스쉬핑의 26만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스텔라데이지>(Stellar Daisy)호 침몰 사고 책임을 선사 측에 전가하는 재결서를 내놔 논란을 낳고 있다.
중앙해심은 3월25일 발표한 재결서에서 “격창양하(화물창을 한 칸씩 건너뛰어 화물을 양륙하는 방식)와 같은 무리한 선박 운항과 부적절한 선박 수리 관행 같은 폴라리스쉬핑의 안전 관리 소홀이 복합적인 원인이 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서 선사 측에 개선을 권고했다.
중앙해심은 “선갑판 수리 등 선체 구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함을 한국선급에 제때 알리지 않은 데다 화물창 이중저 아래에 빌지(폐수) 배출 관로를 임의로 설치하는 등 선박 감항성 유지와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폴라리스쉬핑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또 이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22명이 실종된 건 선원들이 구명정 진수 등 퇴선 조치를 할 시간도 없이 선박이 급속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했기 때문이라고 추단했다.
2007년부터 사고 사고 선박의 검사 업무를 수행한 한국선급에 대해선 12회의 선급검사와 14회의 안전관리체제 검사가 법과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유사한 해양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철저하게 선박 검사를 수행하도록 관련 업무의 개선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두고 해운해사업계에선 중앙해심이 사실과 다른 판단으로 재결서를 작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는 “개조 당시 국제협약과 국내 법규에 따라 선박을 개조했고 선박 수리도 선급의 정식 검사와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선박 상태를 적절히 유지하지 않아 선체 구조 강도가 저하됐다는 해심 측의 판단을 반박했다.
폴라리스쉬핑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개조 이후 한국선급을 비롯해 선박 국적을 등록한 라이베리아기국, 화물 선적지인 브라질 항만당국, 벌크 화물 메이저가 설립한 라이트십(Righship) 등에서 총 27번의 검사를 받은 걸로 알려졌다.
또 격창양하가 침몰의 한 원인이 됐다는 해심의 판단을 두고 법원의 확정 판결마저 무시한 명백한 오류란 쓴소리도 나온다.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의 선박안전법 위반 소송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복원성을 적하 지침 기기로 계산해 격창양하 운항을 한 게 선박안전법상 복원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선급의 검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선사 측엔 직무상 과실을 묻는 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란 지적도 나왔다.
선원들이 탈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 재결서 내용에 대해선 생존 선원들이 “본선 2번 탱크에 물이 샌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수신된 시간으로부터 10분이 지난 시간에 굉음과 진동이 발생했다고 증언한 점을 토대로 선박은 최소 15분 이상 부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운업계 일부에선 학자와 전문가들이 엄격한 사실 관계에 입각해 판단해 줄 것을 탄원했음에도 중앙해심이 이를 배척하고 선사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간 건 여론의 눈치를 본 결과물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회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종길 성결대 교수(전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 등이 중앙해심에 탄원서를 제출한 걸로 알려졌다. 해운 전문가들까지 재결서 내용에 반론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중앙해심의 이번 판단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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