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0 09:28

기고/ 전국 4개 항만공사 강제 통합의 위법성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 (91)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


공공기관 기능 개편 태스크포스(TF)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4개 항만공사(PA)를 하나로 묶어 ‘한국항만공사(가칭)’를 설립하는 강제 통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을 비롯한 7개 단체는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고 국가적 생존 전략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마저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책적인 당부를 논하기에 앞서, 현행 법 체계상 가능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국에 흩어진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정한 법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다.

우리나라 항만 관리 법체계는 일반법인 ‘항만법’과 특별법인 ‘항만공사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대법원 역시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은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관하여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고, 항만공사법이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일반법인 항만법이 적용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년 12월 16일 선고 2018다204114 판결 사용료).

따라서 항만공사의 설립·조직에 관한 사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별법인 항만공사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며, 이를 벗어난 행정적인 통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본 쟁점에서 핵심 규정은 항만공사법 제4조 제2항이다. 이 조항은 “공사는 해당 항만의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항만별로 설립한다.”라고 하여, ‘항만별 설립’을 대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04년 부산항만공사를 시작으로 2005년 인천, 2007년 울산, 2011년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순차적으로 각각 독립 법인으로 설립해 온 것도 바로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물론 같은 항 단서는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의 효율성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2개 이상의 인접한 항만을 관할하는 공사를 설립할 수 있다.”라는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예외는 어디까지나 ‘2개 이상의 인접(隣接)한 항만’에 한정된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은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어 그 어떤 기준으로도 ‘인접한 항만’이라 볼 수 없다. 즉, 전국 단위의 단일 통합공사 설립은 법률상 원칙 규정 및 예외 규정에도 어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나아가 항만공사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항만공사법은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의 중심 기지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항만공사법 제1조), “국가는 항만공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항만공사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항만공사법 제3조).

각 항만공사에 독립된 법인격을 부여하고(항만공사법 제4조 제1항), 항만별 여건을 반영한 항만위원회를 두어(항만공사법 제10조, 제11조) 자율적·책임적 경영을 하도록 한 것은, 항만마다 고유한 특성과 지역 산업 생태계를 살려 전문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다. 

일례로,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관문, 울산항은 에너지·액체벌크,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원자재 기지로서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판이한 이들을 하나로 강제 통합하는 것은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법률의 목적에 오히려 역행하며, ‘자율적 운영 보장’과 ‘책임경영 체제’라는 법의 근간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통합이 재정경제부 주도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 효율화’ 차원에서 법률의 개정도 없이 행정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항만공사의 설립 형태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된 사항이다. 법인의 조직 및 설립에 관하여는 그 설립 근거가 된 특별법이 민법 등에 우선하여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항만공사법에서 ‘항만별 설립’을 원칙으로 정하고 예외를 ‘인접 항만’으로 한정하여 규정한 이상, 이에 반하여 전국 단일 조직을 창설하는 것은 법률유보 원칙과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한다.

결국 4개 항만공사의 강제 통합을 실현하려면 항만공사법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와 같이 개정하는 것도 사실 상기 입법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인정될 수 없다. 어쨌든 이러한 입법 절차도 없이 행정 주도로 통합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물론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화라는 정책적 목표는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대표자가 정한 법률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 절차를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해협에서 일어난 충돌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항만”은 위기의 순간에 국가 경제와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중복 제거’라는 명분만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는 통합은, 동북아의 항만물류 경쟁에서 우리 항만의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정부가 항만공사법의 각 규정과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위법적인 강제 통합 추진을 즉각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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