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이 ‘연안해운 공동선주’ 사업을 구체화한다.
지난 8월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내항해운 미래발전전략 정책토론회」에서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해운조합이 주도하는 한국형 연안해운 공동선주 방안을 제안했다.
고병욱 연구위원은 해운조합이 자본금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가칭 대한연안선주를 설립해 국내 중소 조선소에서 선박을 지은 뒤 해운사에 대여하는 구조로 공동선주 제도를 도입하는 게 사업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선주가 선사에 BBCHP(소유권 이전부 선체용선) 방식으로 선박을 12~15년간 임대해 용선료 수익을 거둬 들인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형태다.
고 연구위원은 해운 전담 정책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지분 투자와 단순 금융 지원을 두고 좀 더 세밀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조선소 건조 역량 확보가 관건
고 연구위원은 연안해운 공동선주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과정에서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특수 행정법인인 철도건설 및 교통시설개발 지원기구(JRTT) 제도를 참고했다.
JRTT는 선박 건조 비용의 70~90%를 부담하고 사업자는 나머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공동 건조하고 있다. 건조된 선박은 JRTT와 사업자가 함께 소유하다 공유 기간이 지나면 사업자가 선박을 모두 양수하는 구조다.
그는 일본의 선박공유건조제도에선 JRTT가 선박 건조 자금의 70% 이상을 부담하지만 한국형 연안해운 공동선주는 투자 선박별로 해진공 등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성 있게 제도를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 연구위원은 연안해운 공동선주 제도가 도입되면 시중의 유동성을 해운산업으로 끌어오고 개별 해운기업의 리스크를 흡수해 우량 선사를 육성하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공동선주 모델이 도입되려면 최소 2~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재 시행 중인 연안 선박 현대화 펀드의 정부 지원 비율을 높여서 선사 부담을 줄이고 RG(선수금 환급 보증) 특례 지원을 재시행해 국내 조선소의 연안 선박 건조 역량을 확보하는 지원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모 선원관계연구소 소장은 내항해운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여러 선사가 예비 인력을 공동 고용하고 운영하는 ‘비상 관리형 공동예비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내항해운에선 선원의 60%가 60세를 넘겼을 만큼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들 60대 이상 선원에서 발생하는 해양 사고가 전체의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내항해운에 근무하는 5~6급 해기사 수는 현재 1400여 명으로, 법정 인원에 비해 3300명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김 소장은 내항해운의 신규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주간 73시간에 이르는 과도한 근로시간 ▲평균 7개월을 웃도는 장기 승선 구조 ▲31일에 불과한 부족한 유급휴가 제도 등을 꼽았다. 선원이 부족하다보니 유급휴과의 금전 대체 비율은 60%를 밑돌았다. 승선 기간을 단축하고 휴가를 늘리는 게 내항선원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란 얘기다.
김 소장은 비상 관리형 공동예비원제 도입이 현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조합에서 내항선원 예비 인력 풀(pool)을 운영하면서 수요가 발생하면 선사와 단기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선원을 공급하는 구조다. 그는 해운조합이 전문 선원 관리 기관이 아니기에 예비원 자격과 교육 관리는 선박관리회사에 위탁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현재 외항선원 대비 25분의 1 수준인 내항선원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책도 내항해운의 인력난을 개선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외항선원의 비과세 한도는 지난 2023년 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됐지만 내항선원의 세제 혜택은 여전히 월 20만원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권 보장과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를 주제로 발표한 김운수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섬과 육지를 잇는 바다의 도로이자 다리인 여객선이 2020년에 법적으로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다”며 연안여객선을 대중교통으로 격상하고 섬 생활권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 절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명희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센터장은 “일본 같은 경우 선주나 조선 금융 화주를 아우르는 강력한 클러스터에 기반해 공동선주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철호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은 “연안여객선 운임의 50~60%를 정부에서 지원해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운임 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섬의 미래를 투자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고 여객선사인 케이에스해운 황성만 대표도 운임 지원 확대에 동조했다.
박상익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 조직·정책본부장은 “노조 입장에서 공동예비원제도는 1년 이내의 단기근로계약과 비정규직을 양상시키는 제도로 이해된다”며 “공동예비원으로 대기하는 기간을 유급휴가 기간으로 지정하고 선박에 승선하면 정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잔여 유급휴가급을 보상하는 방식이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정부의 실업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알파해운 정승욱 대표는 “7000여 명에 불과한 내항선원의 비과세 혜택을 과감히 추진해 실질적 소득을 인상해야 현재의 내항해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철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장은 “연안해운 활성화를 위해 선박 건조 금융과 여객선 운임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지원 규모를 확대하려고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이정로 해수부 선원정책과장은 “내항해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운조합과 손잡고 공동예비원제를 실시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확대하거나 아니면 노조에서 제안한 방안들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주최하고 해운조합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이채익 조합 이사장은 “이번에 도출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선박 현대화, 여객선 공공성 확보, 선원 수급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