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6 16:02

더 세월(32)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30. 아픈 이야기(1)


2015년 4월 9일 오후 고대안산병원 앞 길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벚꽃나무 사이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담은 노란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부모들은 지난해 이맘때 이곳에서 금쪽 같은 아이들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채 피지 못한 꽃들이 차례차례 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는 모습을 통곡과 오열 속에 지켜봐야 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이 병원은 그간의 활동과 연구 경과를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보건복지부가 설립한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위탁 운영을 맡은 병원으로서 이 정도 활동은 당연했다.

“정민아, 걔들 무슨 소리 하는지 가서 들어보지 않을래?”

심포지엄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전화로 물어왔다. 친구 박도광은 좀 괴팍하다. 바다에서 짠물을 먹은 사람이 일찌감치 배에서 내려 육지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산다. 개발지만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중개업을 해왔다. 안산에서 큰돈은 아니지만 제법 재산을 모았다. 서정민이 아내와 이혼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과감하게 새 출발하라’고 단칼에 결론을 내렸던 위인. ‘바다에 매골’(바다에 뼈를 묻다)하는 기질을 놔뒀다가 어디에 써먹을래. 친구는 이혼제도란 이런 때 써먹는 거라며 정민을 윽박지르듯 다그쳤다. 남편 몰래 사채를 마구 끌어 쓰는 여자는 집안 거덜내기 십상이야. 그의 성화에 서정민은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심포지엄이 시작되고 30분도 되지 않아 박도광은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군. 피해 학생들 얘기만 하고 일반인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다니까.”

그리고 서정민의 어깨를 쳤다.

“정민아 나가자!”

겨우 30분 경청의 예의만 지키고 그들은 심포지엄장을 빠져 나왔다. 친구의 등쌀에 따라나오긴 했지만 서정민은 아쉬웠다. 사는 문제를 해결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끝까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 들어봐야 되는 거 아냐?”

“들으나 마나야. 우리 대포나 한잔 하자.”

박도광은 서정민의 옷소매를 붙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왜 그리 급해?”

“나 급한 거 이제 알았냐? 전에 그 미망인 집으로 가자구.”

행사장을 나올 때 서정민은 ‘4·16 세월호 침몰사고 백서’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보고서는 그의 정신과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는 안산시 고잔동 시장 골목 근처에서 멈췄다. 두 사람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입간판이 걸려 있는 점포 앞에서 걸음을 세웠다. 「금붕어」 입을 쫙 벌린 금붕어 한 마리가 간판 맨 위쪽에 그려져 있는 것이 우스꽝스럽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주인 마담은 ‘우선 귀엽잖아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곳은 사고 후 두 사람이 자주 들렀던 곳이다. 골목에는 이미 건물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다. 오후 5시는 술손님을 맞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희생자가 몰려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주점 안엔 외로움을 안고 혼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대체 여길 오는 이유가 뭐야? 다른 곳도 많은데.” 서정민이 물었다.

“정민이 널 위해서야. 여긴 세월호 골목이라구.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감동해주고 보듬어주는 골목… 있잖아. 알았어?”

술자리마다 세월호 얘기가 단골 안주로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홍대 앞에 가면 팝가수 아리아나가 어떻고, 강남 가로수길에 가면 원두커피 쟈뎅이 어떻고 하는 것처럼. 금붕어 마담이 두 손님을 단골 테이블로 안내한다.

“서 사장님, 세월호 보상금이 결정됐구마이. 술값 올려도 돼겄네. 호호”

언제나 익살 좋은 마담이 한마디 함으로써 대화는 시작된다. 박도광은 단골이지만 서정민은 세 번째 방문이다. 그래도 눈썰미 좋은 마담은 잘 알아본다. 남자 둘이 40대 중반이라는 걸 알고 자기도 비슷한 나이라고 하면서 동갑계 하자고 제안했던 여자다.

“정 마담, 서 사장 위로금은 약값도 안 돼요. 우울증 조울증 불면증… 들어봤지. 세라토닌 도파민이 부족하다나. 프로작을 먹긴 하지만 약물치료 외에 심리치료도 계속 받아야 하고…. 사업하는 사람이 치료에 시간을 다 빼앗기니 딱하기만 해.”

박도광은 자신이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아니면 정신과 의사라도 되는 것처럼 친구의 심신 상태와 치료 과정을 술술 말한다.

“치료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카던디. 적당한 술은 몸에 좋다 안허요. 수면에도 직방이고.”

족발을 뜯어 테이블에 올리면서 마담은 박도광에게 시선을 맞춘다. 당연히 농담의 발동이다.

“박 사장님, 우리 데이트 좀 하시겄소? 벚꽃이 만발이요.”

“데이트… 좋지. 우선 술안주나 업데이트… 하시고.”

그녀는 대답에는 신경 쓰지 않고 이번에 서정민을 향한다. 그녀는 너무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여서 지나간 자리마다 바람이 일 정도다. 서정민은 친구가 주는 술잔에만 묵묵히 시선을 주고 있다. 마담은 토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사람과 개도 눈 맞추면 사랑의 호르몬이 나온다던디…. 서 사장님, 이쪽으로 눈 좀 주시랑게.”

서정민이 움찔하여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기도. 옥시토신을 말하는 건가. 금붕어 마담이 모르는 게 없네. 서정민은 막걸리 잔에 그의 얼굴을 비춰봤다. 눈빛이 잔 위에서 일렁인다.

가만히 있는 서정민을 보고 마담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올린다.

“서 사장님의 눈빛이 아직 제게 도착하지 않았소. 아무래도 장가가셔야 쓰겄네. 여자가 챙겨줘야 하는디.”

서정민이 이혼한 걸 알고 갖다 붙이는 말일 것이다. 갑자기 외로움과 우울함이 서정민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려 하는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증말 여자가 없심 당분간 이곳으로 오시요. 이불은 따로 드릴랑게.”

그녀의 대화는 언제나 청산유수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박도광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을 시작한다.

“정 마담, 요즘 여기 분위기 어때요? 술만 마시면 우는 손님이 있으니 말일세.”

박 사장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마담은 구석 테이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글치 않아도 저쪽 손님 보이죠. 아마 울고 있을 거유. 단골손님인디 자칭 철학자라나. 뭐 플라톤 어쩌구 하믄서….”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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