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3 16:01

더 세월(33)

저자 성용경
30. 아픈 이야기(2)


최근 여기 사람들은 우는 것을 배워나가는 중인지 모른다. 세월호라는 거대한 비극으로 지역 사회 전체가 외계 세계로 변모해가는 느낌이다. 울음이란 정화장치가 없었다면 감당하지 못할 중압감에 집단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 같은 분위기. 박도광은 철학자 손님을 이쪽으로 합석하도록 마담에게 권했다.

“모셔올 테니 세 분이서 매상 좀 올려주쇼. 요즘 여기 경기가 말이 아니여라. 매상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안허요. 두 분 아니면 굶어죽을 판이요. 큭큭”

박도광은 자주 부동산 손님들을 데리고 이곳에 들른다. 자신이 부동산을 하는 것은 지역민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렇다고 시의원이나 도의원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그냥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철학자가 이쪽으로 왔다.

“고맙습니다만, 불초 소생이 합석해도 괜찮겠시유?”

철학자는 합석했고, 비뚤어지게 썼던 빵모자는 일단 바로 돌려놓는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막걸리 잔이 돌아가자 대화는 활기를 찾아갔다. 철학자는 한 잔을 마신 후 자신은 지방대학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는 시간강사라고 소개했고, 두 잔째를 마시고는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으며, 세 잔째를 마시고는 세월호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월호 이후에 많이 달라진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박도광이 물었다.

“먼저 지역 분위기가 달라졌지유. 그 많던 관광객, 여행객, 숙박객, 외식객이 사라졌단 말이유. 70만 인구의 도시가 갑자기 텅 빈 느낌….”

철학자는 사람들이 슬픔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더 소화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사고 후유증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지역민들 간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 받는다는 이유로 세월호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고 유가족은 안 된다고 맞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옆에서 볼 때 처절하기까지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가 변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피아가 줄어드는 듯하나 이번엔 정피아가 판을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정피아가 무서운 것은 견제기관이 없고 더구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이 전 국민들로 확산돼 버렸잖아유. 광화문에 가보셨죠? 한쪽은 단식, 한쪽은 폭식 행사. 그게 이 나라의 현주소유.”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위기관리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지유.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건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증거란 말이유.”

철학자가 쓰고 있는 빵모자 밑에는 괜찮은 식견과 상식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서양사 전공에 국가 현상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안전처가 탄생할 정도로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자 철학자의 할말은 더 많아졌다.

“안전이 성장을 발목 잡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겠수다. 이젠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으로 바꿔야 해유. 안전 소홀로 기업이 와해되고 기업가가 자살하고 국가가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잖아유. 도피자 한 사람의 몰락이 아니유. 국가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거든유. 내 참!”

서정민 일행은 모자 밑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들어 있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런 속내를 알기라도 하는 듯 철학자는 결코 빵모자를 벗지 않는다. 박도광이 질문을 계속한다. 

“진실 규명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진실이 뭐예요?”

“진실이란 합리적으로 서술되고 전달 가능한 것이유. 그러므로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유.”

“철학적인 의미 말고, 현실에선 어떤 걸 의미하는지?”

“진상 규명? 진정한 책임자를 밝혀내라는 그런 뜻이지유.”

“사기업 문제를 국가가? 아, 쉽지 않군요.”

“국가 시스템의 붕괴이니 국가가 책임지라는, 그런 거….”

“그러면 국가는 모든 부문에 무한책임?”

“그럴 수도 있겠수다.”

말투가 뭐 이래? 박도광이 항의라도 하려는데 철학자는 마치 눈치라도 챈 듯 미소를 짓는다.

“우리 술 좀 마시며 이야기 해유. 너무 많이 얘기하면 술 마실 시간 없어유. 자, 박 사장님 한잔 받으시구유.”

술잔이 박도광 앞에 놓여졌다. 한참 동안 그들은 말없이 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고, 마담은 추가로 안주를 내왔다. 조용한 순간에 서정민이 모처럼 질문에 나섰다.
“배 한 척의 침몰로 온 나라가 일 년 넘게 방황해온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도 피해자지만 언론이 학생들만 조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유. 배가 복원력을 잃어 침몰했는데 지금은 사회가 복원력을 잃어 침몰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유. 언론이 감성에 치우치다 보니 학생들을 자꾸 조명하게 돼유… 학생과 일반인을 따로 떼어 놓는 것 같아… 저도 그게 불만이긴 해유. 아이들을 슬픔의 아이콘으로 올려놓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철학자는 서정민을 위로하려는 의도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자기 소견대로 말할 뿐이라는 느낌이다. 

“세월호에 대한 언론 태도가 굉장한 피로감을 주는데, 이유가 뭘까요?”

“언론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니 그렇지유. 실종자 숫자는 그대로고 책임자 문제도 그렇구. 변한 게 없으니까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되지유.”

골목에는 어두운 그림자와 슬픈 그림자가 자리다툼이라도 하듯 부지런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자가 두터워지매 골목을 비집고 들어오는 술손님들이 늘어난다. 

“이 골목에 뚜렷한 변화가 뭔지 아셔유?”

질문을 하는 철학자의 눈시울이 불그스레해졌다. 아마 혼자 있었더라면 술잔에 눈물 한 방울 흘렸을지도 모른다.

“….” 

무슨 뜻인지 몰라 서정민과 박도광은 철학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철학자가 입을 연다.

“붉은색이 없어졌다는 거유. 글구 웃음도, 여자도 없구.”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말을 잇는다.

“웃는 여자는 금붕어 마담이 유일하다, 그렇지유.”

마담이 이 대화를 들어도 상관없겠지만 그녀는 다른 손님을 맞느라 바쁘다. 철학자는 자신이 우울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의 조카가 희생자에 포함되었다는 것. 운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태어나 치명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 장래 철학자가 될, 학구적인 아이였다고 했다.

“행복의 조건은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랍니다.”

조카가 플라톤의 행복론을 그렇게 말했단다. 심지어 몸을 비우면 건강해지고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진다는 어른 같은 말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가 끝내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 철학자는 매년 4월이 오는 게 싫어질 거라면서, 자신의 무식이 시간을 보내는 데 보탬이 되었냐고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택시에 올라탈 때까지 그는 비틀거렸는데 몸은 나사못처럼 꼬여 보였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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