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7 16:02

더 세월(35)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32. 상담사의 조언


안산 지역 52개 중·고등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세월호 사고로 오빠를 떠나보낸 한 여학생은 1주기를 맞아 오빠에게 평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보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오빠 진짜 미안하고 사랑해. 잘 지내.”

부모가 이런 편지를 읽고도 눈물을 참을 수 있을까.

살아남은 학생들의 내상은 더 심각했다. 발밑 어둠 속으로 사라진 친구들, 비명과 절규, 놓쳐버린 손…. 그때의 기억이 밤마다 고스란히 꿈속에서 재연됐다. 집 밖을 나가고 싶지 않은 날들이 계속됐다.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이 그들을 옥좼다. 비교적 안정을 찾던 학생이 다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잦았다. 그들은 어른들이 격려한다고 던지는 말 한마디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 살았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야지.

- 죽은 사람 몫까지 살아야 해.

- 내가 네 심정을 알 것 같다.

유가족들도 일부의 몰지각한 말에 상처를 받긴 마찬가지였다.

- 사건이 어떻게 된 거죠?

- 좋은 곳에 갔을 거야.

- 극복, 노력, 시간이 약이다.

- 신의 뜻이다.

- 힘 든 거 있으면 연락해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말도 비수가 될 수 있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란 말은 이때 가장 잘 어울린다. 일반인들이 하는 조언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혹시 필요하다면 이런 말은 할 수 있으려나.

- 정우는 착해. 잘할 거야. - 둘째 학교 보냈어? - 밥 먹자.

대화는 현실적인 것이 좋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해줄게’ 정도는 이해될 것이다. 아이가 얼마나 착했는지, 뭘 잘했는지, 예뻤는지 등을 말하는 것은 아픈 기억을 후비는 것과 같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 답이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격한 감정으로 나올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들의 마음에는 잃어버린 가족밖에 없다. 그들은 자주 흥분한다.

- 왜 죽었는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는 끝까지 싸우겠다.

- 여론이 냉담해지는 건 견딜 수 있어. 처음부터 정치활동을 하거나 특례입학을 바란 게 아니니까.

- 차가운 물속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꺼내주기는 해야지.

아이들에게 명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지금까지 비뚤어진 세상과 싸우느라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엄두도 못낸 그들이다.

일반인 피해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십여 명의 승객을 구한 ‘구조영웅’ 김동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는 일 년 가까이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일반인 생존자는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대부분 치료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피해자를 많이 낸 제주도에선 10여 명이 목숨을 건졌다. 생존자 대부분은 화물차운전기사다. 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지난 1년간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제주도에 심리치료 시설이 불충분해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에 9.11 피해자 추모회관을 건립하고, 고베 지진 후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했던 이유를 알 만하다. 우울증 환자는 “나는 내 행동을 바꿀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무기력한 생각을 한다. 행복의 가장 기본 조건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노예적 삶을 살게 된다. 대화할 때도 마치 영혼이 육체를 떠난 듯한 유체이탈 화법을 쓴다.

고대안산병원의 세월호 백서는 말한다. ‘충격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은 학생 74명, 일반인 생존자 10명, 가족과 교사 200명이었다. 생존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사고 한 달 후 완화되다가 반년이 지나 다시 나빠졌다는 백서 자료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은 사실에 서정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서는 마음의 병이 가장 심각하다는 걸 보여줬다. 생존자의 전체 진료건수 중 정신과가 80퍼센트를 차지했다.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에 도착한 서정민은 차 뒷문을 열었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안산을 출발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대화에 몰입해 있던 두 여성은 목적지에 도착한 것도 몰랐다. 서정민이 주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그녀들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만난 친구처럼 그대로 서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하1층의 스테이크하우스에 세 사람이 앉았다. 오후 6시 30분은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에 알맞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한쪽에 서정민과 이순정이 앉고, 맞은편에 윤다정이 앉았다. 좌석 배치가 어색해 보여 서정민이 일어서려 했다.

“두 여성분이 나란히 앉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윤다정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앉으시죠. 두 분은 내담자, 저는 상담사로 마주보고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래요.”

두 동업자를 일부러 나란히 앉혀 놓고 일과 사랑의 양면을 파악하려는 듯 보였다.

메뉴를 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가 심리상담에도 이용된다는 사실은 서정민의 귀를 세우기에 충분했다.

“그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뭔가요?”

“‘슬픔’이라더군요. 48퍼센트를 차지했어요.”

사고 1년이 지났는데도 한국 사회는 세월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한국인의 마음이 불안→분노→수치→위로→응원→힘듦 순으로 변화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윤다정은 설명했다.

일본에는 ‘슬픔 전문가’로 불리는 정신과 의사도 있다. 대형참사를 겪은 유족들의 슬픔을 기록한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의 저자로, 슬픔은 슬픔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에서 유족의 슬픔은 개인적 차원의 심리 처방만으로 치유될 수 없고, 죽음의 이유를 사회적 의미로 재창조해야만 극복될 수 있다고 했다.

“세월호를 체제의 이물질로 몰아가는 사람을 유가족들은 참기 힘들지요.”

윤다정은 다소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일 년이나 지났으니 그만 할 때도 됐다, 보상금도 그만 하면 됐다고 말할 때 그들의 슬픔은 더 팽창한다고 지적하면서.

‘유병언법(은닉 규제)’과 ‘김영란법(청탁 금지)’의 국회 통과가 그들의 정신적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뜻밖이었다. ‘성완종 리스트’를 계기로 정치와 사회 분위기를 쇄신한다면 이것 역시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한국의 부패가 ‘엘리트들의 카르텔’ 즉 관피아에서 비롯됐고, 관피아가 자신들을 희생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민은 들으면서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4.16가족협의회와 국민대책회의가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를 주최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동참하지 않았다. 일반인 피해자 의견을 듣는 데 소홀했던 가족협의회에 서운함이 있었던 까닭이다.

상담사는 아직 할 말이 더 있는지 입술로 가져가려던 와인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참, 구조대원이나 자원봉사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들도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사고 후 한두 달가량이 가장 위험한 시기지만 지금도 트라우마를 계속 갖고 있을 수 있지요.”

서정민은 우려가 현실이 된 일을 기억한다. 팽목항과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해오던 40대 남성이 봉사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상담사는 이야기를 바꾸었다. 지금까지 충격적인 사례는 가능하면 피해왔는데 이번엔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전문의와 1대 1 상담치료를 받는데 서 사장님께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전문의 치료를 받으셔야 해요.”

그리고 이순정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얘, 너도 서 사장님 도와드려야 해. 유원지에서 내가 했던 말 알아들었지?”

서정민은 무슨 뜻인지 몰라 두 여성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나 두 여성은 밀약이라도 한 듯 미소만 지을 뿐이다.

“와인은 언제 마실래요. 자 건배하죠!”

이순정이 딴청을 부렸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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