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09:10

‘홍해사태 버팀목’ 컨선시황 2025년에도 긍정적

수은 “컨선시장 신조선 쏟아지는 2026년 위기 올 수 있어”
한국조선 올해 선박수주량 1100만t 전망…전년比 9%↑


홍해 사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컨테이너 운임이 폭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연말로 갈수록 대형선을 중심으로 한 신조선 인도가 지속되면서 운임은 떨어지겠지만 과거 침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벌크선은 중국향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반기 대비 업황이 악화하는 반면, 탱크선과 가스선은 공급량이 적어 양호한 시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남은 하반기 우리나라 조선시장은 효자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발주가 주춤하겠지만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 시황에 대한 올해 하반기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하반기 1.2만TEU급 이상 신조선 90만TEU 쏟아져

컨테이너선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막대한 양의 신조선이 해운시장에 쏟아지면서 운임이 하락할 거란 우려가 나왔다. 

올 상반기 해운시장에 공급된 1만2000TEU급 이상의 신조선은 99만4000TEU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1년 전과 비교해 20% 늘어난 약 90만TEU의 신조 컨테이너선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연구원은 “하반기 컨테이너선 증가율은 예상치인 8~9%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현재 컨테이너선시장의 선복 증가는 대형선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조선 공급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운임이 하락할 거란 게 양 연구원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홍해사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운임이 다시 침체 수준으로 폭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지금 당장보다는 2026년을 주목했다.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예상을 웃도는 운임 수준을 유지한 건 운이 좋았지만 2026년까지 쏟아져 나올 많은 신조 물량이 대기해 있어 컨테이너선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용화가 임박한 암모니아 엔진을 포함해 탈탄소 선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경우 선박 투자가 늘 수 있어 2026년 이후에도 선복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양 연구원의 견해다.

대형선의 경우 선령이 낮아 폐선을 통한 조절 기능이 매우 약하므로 추가 투자가 선복의 순증가로 이어져 선사들의 리스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의 대선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해운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양 연구원은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운임 강세 현상이 2025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선사들은 현재의 높은 수익을 관리하며 향후 리스크 대응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대 운하 사태와 물동량 증가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던 벌크선은 수요 약세와 공급량 증가로 시황이 상반기 대비 악화할 것으로 점쳐졌다. 철광석 재고량이 많고 건설경기 둔화로 철강재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중국향 운송량이 둔화 또는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에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시행에도 폐선량이 극히 적다는 점이 시황 약세 요인으로 꼽혔다. 상반기 폐선량은 연초 전체 선복량 대비 0.2%로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아직 시행 초기라 노후선박을 대상으로 한 규제 비용이 높지 않은 데다 뚜렷한 대체 연료와 조선소의 건조 독(Dock)을 찾기 어려워 현존선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게 폐선이 저조한 원인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향후 신조선 인도 예정량 등을 고려하면 올해 선복량 증가율이 3%를 웃돈다는 점도 시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원은 “선복 증가율이 시장을 크게 교란할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 증가 예상 대비 다소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양호한 시황 흐름은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탱크선시장은 하반기에도 순항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 교역 장거리 노선이 유지되고 있는 데다 해운시장에 공급되는 신조선이 적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타이트한 석유 수급과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탱크선 시황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근본적으로 러우 전쟁 이후 석유운송거리 증가와 2022년 이전 상당 기간의 보수적 신조선 투자에 의한 거란 게 양 연구원의 견해다. 

다만, 해운 호황으로 확보한 실탄을 선단 확장에 투자하면서 2025년부터 공급량이 늘면서 시황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선시장은 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모두 양호한 시황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반기 LNG선 인도 예정 물량은 상반기 대비 70% 더 많은 약 750만CUM(입방미터), 2025년과 2026년엔 연이어 1600만CUM 내외의 사상 최대의 물량이 인도될 예정이다. 2027년에도 약 1300만CUM이 해운시장에 쏟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시황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그는 “최근 수년간 개발 중인 많은 LNG 광구와 설비가 곧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며, 노후선박이 아직 많아 이들 선박이 저장용 탱크선이나 FSRU 등으로 개조되거나, 폐선을 통한 수급 조절의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어 신조 선박 공급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황이 침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LPG선 역시 미국-아시아 장거리 물량 수요가 견고하고 하반기 신조선 인도 예정량이 많지 않아 시황이 양호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조선, 올해 수주액 28% 급증한 51조 예상

한국조선의 올 한 해 선박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건조 단가가 높은 LNG 운반선의 수주량이 많아진 데다 선가가 인상되면서 수주액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수주량은 LNG 운반선 발주 감소로 상반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으로는 비교적 양호한 수주 실적을 거둘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이 전년 대비 약 9.4% 증가한 약 1100만t(CGT·수정환산톤)를 기록, 1000만t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액 역시 28.4% 급증한 380억달러(약 51조원)를 거둘 것으로 점쳤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발주량 역시 전년에 비해 1% 늘어난 4800만t, 발주액 역시 20.6% 증가한 1530억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수요는 감소하며 하반기 신조 발주는 상반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상반기 신조선 수요는 카타르 2차 LNG선의 대량 발주로 반기 수요로는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이러한 특수가 하반기에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양 연구원은 “현재 LNG선 해운 시황이 둔화돼 스폿(현물) 시장을 겨냥한 투자수요 등이 감소하는 등 상반기 대비 LNG선 발주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6월에 대량 발주가 이뤄지며 호조를 보인 컨테이너선도 수요가 꺾이며 하반기에 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많은 선주사가 계약을 마친 데다 신조선 인도에 따른 시황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에 신규 발주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란 설명이다. 

반면, 신조 수요가 부족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새로운 선종과 해운 시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탱크선이 발주를 이끌 것으로 관측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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