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컨테이너선시장에 신조선이 잇따라 인도될 예정인 가운데 홍해 사태가 해소될 경우 운임이 크게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폐선이 지금까지 단 1척도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공급이 크게 늘어난 원양항로를 중심으로 시황이 나빠질 거란 진단이다.
벌크선은 수요가 감소하고 가스선은 선복량이 증가하면서 두 시장 모두 부진한 시황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한국 조선은 올해보다 수주량이 줄지만 아직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거란 관측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 시황에 대한 내년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1.2만TEU급 이상 컨선 폐선 단 1척도 없어”
내년 컨테이너선시장은 과거 발주한 신조선이 무더기로 인도되면서 시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내년 컨테이너선시장에서의 공급량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점쳤다. 물동량 증가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 등의 호조 요인이 있겠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재현될 것을 고려해 3% 내외에 그칠 것으로 봤다.
반면, 공급량은 2021년 이후 발주된 신조선이 대거 인도되면서 수요를 웃도는 5.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존 선박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선주들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강화되는 환경 규제가 없다 보니 폐선이 이뤄지지 않아 시황을 조절할 여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 연구원은 원양항로에서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만2000TEU급 이상급 컨테이너선이 연초 추정한 전체 선복량의 약 11%에 이르는 데다 해체(스크랩) 선박이 거의 없어 선복 과잉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등록된 1만2000TEU 이상급 컨테이너선 692척 중 선령 15년 차 이상 선박은 14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까지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폐선 실적은 단 1척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선복 증가율로 원양노선의 운임 하락은 더욱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며 홍해 사태가 지속된다 해도 운임 하락을 방어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동분쟁이 완화되고 수에즈운하 통과율이 회복된다면 시황은 침체기였던 2019년보다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2028년까지 심각한 시황 흐름이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선사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 감산 벌크선 시황에 부정적”
벌크선 시황은 파나마운하 통항이 원활해진 데다 중국의 철강 감산으로 수요가 줄면서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파나마운하의 통항량 개선으로 톤마일(수송거리)에 의한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LNG가 석탄을 대체한다는 점도 시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주요 요인들을 근거로 2025년 벌크선 시황이 전년 대비 다소 하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성과를 거둘 경우 시황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준공 주택의 재건축 등으로 중국 건설경기가 활성화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늘 거란 이유에서다.
내년 노령선 폐선을 고려한 선복량 증가율도 약 3% 내외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시황 개선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탱크선 시황은 유조선이 현재를 유지하거나 호조를 보이는 한편, 제품선은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유조선은 석유교역 활성화가, 제품선은 공급량 증가가 영향을 미칠 요소로 각각 꼽혔다.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미국의 금리 인하, 주요국 재고 감소 등으로 석유 수요와 수입량은 2024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 비회원국 등의 공급 증가 등을 고려하면 3% 내외의 석유 수요 증가가 이뤄질 거란 진단이다.
다만, 양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분쟁 양상은 탱크선 시장에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동의 전면전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석유교역 시장이 악화될 상황이 벌어진다면 유조선, 제품선 시장 모두 크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가스선 시장은 선복량 증가와 톤마일 단축 등으로 시황이 나빠질 것으로 관측했다. LNG는 현재 운임과 용선료가 하향하고 있는 가운데 올 연말까지 연초 선복량 3.5%에 해당하는 400만CuM(입방미터)의 신조선이 추가로 인도될 예정이다.
내년엔 1640만CuM의 사상 최대 신조선 인도가 예정돼 있어 선복량 증가 속도가 물동량 증가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2025년 LNG 선복량 증가율이 11.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시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PG 역시 파나마운하의 처리 능력 회복으로 운항 거리가 2024년 대비 단축돼 거리 효과에 의한 추가적인 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국조선 내년 수주 줄지만 큰 타격 아냐”
내년 우리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LNG 운반선 수요가 위축될 경우 다른 선종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양호한 수준에 미치긴 어려울 거란 진단이다.
양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은 2025년에도 LNG선 등 대형 가스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나 신규 수요가 감소해 타 주요 선종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전년 5900만t(CGT·수정환산톤수) 대비 28.8% 급감한 42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전 4820만t에 견줘 12.9% 줄어든 수치다. 발주액 역시 21.1% 감소한 138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
해사물류통계 '2025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 및 한국 수주량 전망' 참조)
카타르발 2차 발주 이후 별다른 신규 수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LNG 운반선을 향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년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 거란 지적이다.
양 연구원은 “2016년 이후 신규 생산이 개시되는 LNG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에 대한 기대감과 LNG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수요 등으로 신규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2018년 이후 최소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역시 내년 선복 과잉이 우려되고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발주가 줄 것으로 봤다. 현재 양호한 시황을 보이고 있는 탱크선과 LPG선 등은 내년에도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운임 하락과 발주량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발주량은 2024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한국 조선의 수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2025년 전년 1050만t 대비 9.5% 감소한 950만t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졌다. 2023년 수주량 1010만t과 비교하면 5.9%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수주액은 1.6% 줄어든 310억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양 연구원은 “이러한 수주량은 연간 건조(인도량)으로 추정되는 약 1200만t에 미치지 못하는 다소 부진한 실적이 될 것이나 아직까지 충분한 수주잔량이 확보돼 있고 향후 암모니아연료추진선 등 새로운 제품 시장의 활성화와 경쟁 기회가 존재하므로 조선사에 큰 타격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조선업의 수주 점유율 약화에 업계가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과거 대중국 경쟁력 우위의 핵심 요인이었던 기술력과 품질 및 생산능력의 개선을 통한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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