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나브에서 이름을 바꾼 벨기에 해운사 CMB테크가 노르웨이 해운왕 욘 프레드릭센이 이끄는 버뮤다 소재 벌크선사인 골든오션을 인수했다.
CMB테크는 프레드릭센의 투자회사 헤멘홀딩가 소유한 골든오션의 지분 전량(40.8%)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거래 가격은 11억7896만달러(약 1조7100억원)이다. 이번 거래로 욘 프레드릭센은 벌크선 사업에서 철수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증시에 상장해 있는 골든오션은 벌크선 91척(자사선 83척, 장기 임차 8척)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선박 톤수(재화중량톤)는 1370만t에 이른다. 선형별로 보면 케이프 사이즈가 59척, 파나막스가 32척이다.
알렉산더르 사베리스 CMB테크 대표(CEO)는 “골든오션 인수는 다각화 전략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골든오션의 장기 주주 지위를 맡아 경영진 직원과 협력하고 프레드릭센의 유산을 이어 받아 벌크선 현대화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CMB테크를 보유한 사베리스 가문과 프레드릭센은 회사 경영권을 놓고 벌인 분쟁을 종료한 지 1년 여가 지나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프레드릭센은 2022년 4월 계열사인 프런트라인을 통해 유로나브를 합병한다고 선언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알렸다. 벨기에 해운사가 노르웨이 기업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창업주인 사베리스 가문이 나섰다. 1995년 유로나브를 창업한 사베리스는 유로나브가 경영난을 겪던 지난 2020년 4월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프런트라인이 합병을 추진하자 회사 지분을 다시 사들여 최대 주주로 오른 뒤 양사 합병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합병이 난항을 겪자 프레드릭센은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 2023년 10월 사베리스 가문이 프런트라인이 보유한 유로나브 지분 26.12%를 10억5900만달러에 인수하고 대신 프런트라인은 유로나브의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39척 중 24척을 23억5000만달러에 매입하는 데 합의하면서 1년 이상 지속된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유로나브 창업자인 마크 사베리스의 차남 알렉산더르 사베리스는 경영권을 장악한 뒤 지난해 10월 회사 이름을 CMB테크로 변경하고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MB테크는 현재 원유운반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선박) 해상풍력지원선 등의 외항 선박 150척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대체 연료 사업 생산과 수소와 암모니아 연료 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