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의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 컨테이너박스 유실 사고가 소폭 증가했다.
컨테이너선사 국제 단체인 세계선사협의회(WSC)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 세계 해상을 오간 2억5000만개의 컨테이너박스 중 총 576개가 바다로 유실된 걸로 집계됐다.
전년(2023년)의 221개에 비해 2.6배 급증한 수치로, 컨테이너선들이 물동량 100만개당 2개 꼴로 화물을 바다로 떨어뜨린 셈이다. 다만 2022년 이후 3년 연속 1000개를 밑돌았다는 건 고무적이다.
WSC는 지난해 홍해사태로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는 컨테이너선이 늘면서 컨테이너 장비를 잃어버리는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남아프리카해양안전당국(SAMSA)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희망봉 인근 해역에서 유실된 컨테이너는 200개로, 전체 유실 사고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프랑스 선사 CMA CGM의 1만8000TEU급 <벤자민프랭클린>(CMA CGM Benjamin Franklin)과 1만3200TEU급 컨테이너선 <벨렘>(CMA CGM Belem)호가 지난해 7월과 8월 한 달 간격으로 남아공 해상에서 컨테이너 44개와 99개를 잃어버리는 사고를 냈다.
8월 말 스위스 MSC의 <안토니아>(MSC Antonia)호는 남아공 포트세인트존스에서 북동쪽으로 54km 떨어진 해상을 지나다 컨테이너 46개를 유실했다. 3척의 선박 모두 희망봉으로 돌아가다 악천후를 만나 총 178개의 컨테이너를 유실했다.
희망봉 해역은 대서양의 한류와 인도양의 난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해류끼리 강하게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풍랑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날씨의 변화가 심해 강한 바람과 악천후도 자주 발생한다. 남반구의 겨울철인 6~8월엔 저기압이 자주 발생해 항해 위험을 높인다.
바다로 유실된 컨테이너박스 숫자는 선체가 두 동강 나면서 침몰한 <엠오엘컴퍼트>(MOL Comfort)호 사고가 난 2013년 5600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9년까지 평균 1000개 정도에 머물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과 2021년 각각 3900개 2300개로 급증했다.
2020년 11월 1만4000TEU급 <원에이퍼스>(ONE Apus)호가 미국 하와이 북부 해상에서 컨테이너 1816개를 바다에 빠뜨렸고 2021년 1월 1만3000TEU급 <머스크에센>(Maersk Essen)호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750개, 2월 <머스크에인트호번>(Maersk Eindhoven)이 일본 북쪽 해상에서 260개의 컨테이너를 잃어버렸다.
2022년엔 선사들의 대응으로 661개로 급감했고 2023년엔 사상 최저치인 221개까지 감소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유실된 컨테이너 갯수는 연평균 1428개를 기록했다. (
해사물류통계 ‘컨테이너박스 유실사고 추이(2008~2024년)’ 참고)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