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자에 이어>
㉠ 관세 등 제세금은 수입가격에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출되므로 물품의 가격에 따라 그 세액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운송인이 관세까지 부담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운송료를 물품의 가격에 따라 상이하게 책정하는 것이 운송인의 이해에 부합해 자연스럽다(만일 이와 같이 약정하지 않는다면, 고가의 운송물을 운송할 경우 운송인이 부담하는 관세가 지급받을 수 있는 운송료액을 초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상 운송료는 운송물의 무게에 따라 책정돼 있을 뿐 운송물의 가격에 대한 고려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실제로 이 사건 운송물의 경우 실제 가격을 기초로 계산한 관세액이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가 지급받을 수 있는 운송료의 총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 피고와 D 사이의 운송위탁계약에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화물이 하노이를 경유해 중국에 도착할 경우, 피고가 D에 지급할 운송료에 중국 내 세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같은 계약서에 첨부된 다른 운송료 요율표에는 “한국발 중국착: 광주 직배송, 세금 별도”라고 기재돼 있는데다가 이 사건 운송물은 하노이를 경유해 중국에 도착한 것도 아니므로, 위 계약 내용을 들어 피고 내지 D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관세 등 통관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약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제1심증인 E도 “저가신고로 관세가 낮게 책정되더라도 피고가 관세, 부가세 등으로 이익을 얻는 부분이 없다”, “피고 회사가 관세를 부담할 경우 적자”라는 취지로 증언했다[제1심증인 E의 증언 및 E의 진술서(갑 제15호증) 내용 중에는 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내용도 일부 존재한다(가령 위 증인은 “운송료에는 중국 통관 비용까지 포함되는 것이어서, 관세 또는 부가세가 따로 청구되지 않았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든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일부 증언 내지 진술 내용은 믿기 어렵거나, 피고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통관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③ 피고 측 담당자였던 E이 원고에게 송장가격을 300위안 이하로 기재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하더라도, 원·피고가 위·수탁자의 관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를 지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거나 원고가 이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인 해당 업계 사업자라면 송장에 물품의 실제 가격을 기재해야 하고 송장가격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할 경우 통관절차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관세 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관절차에서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 사건 운송물의 송장가격을 일률적으로 300위안으로 기재했던 것으로 보인다[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계약상 운송료에 관세 등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계약상 약정한 운송료를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피고에게 추가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이 사건 계약 제7조 제1항, 제3항 참조), 원고로서는 관세 등 비용을 최소화할 실익이 있었다].
⑤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F 주식회사에 운송 업무를 위탁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원고가 작성한 송장에도 물품의 가격이 일률적으로 5만 원으로 기재돼 있다.
다) 원고는 피고가 위탁받은 화물을 항공으로 운송하기로 했음에도 이 사건 운송물을 해상으로 운송했고, 이로 인해 통관에 어려움을 겪게 됐을 뿐만 아니라 통관 보류 이후 화물의 회수에도 지장을 초래해 손해발생을 확대시켰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 갑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측 이 사건 계약 담당자인 E이 2018년 6월5일 원고에게 위탁받은 운송물을 항공으로 선적하고 있다고 고지한 사실, D가 관리·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원고가 위탁한 화물의 송장 번호로 조회되는 운송정보에는 항공 운송 사실과 함께 항공기 번호가 기재돼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에는 운송방법을 항공운송으로 한정하는 내용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7조 제1항과 제9조 제1항에서 “항공 및 해상 운송”을 모두 언급하고 있고 운송료율도 운송수단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
따라서 피고 측 담당자였던 E이 원고에게 항공으로 운송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운송수단에 관해 고지한 것을 넘어서 원고와 항공운송으로만 운송을 수행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운송물을 해상으로 운송한 것과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된 것 내지 화물을 회수하지 못한 것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원고는 피고가 D를 통해 해상운송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운송물과 통관이 불가능한 의료기기 등을 함께 운송하는 바람에 통관에 문제가 없는 이 사건 운송물까지 통관이 보류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1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E이 피고 회사에 재직 중 이 사건 운송물의 배송사고와 관련해 내부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이 사건 운송물의 통관이 보류된 이유를 ‘언더밸류’(실제 가격에 비해 송장가격을 낮게 기재한 문제)로 파악했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와 달리 이 사건 운송물이 다른 화물로 인해 통관이 보류된 것이라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
○ 8면 14행의 “라)”를 “마)”로 고친다. ○ 10면 20행부터 11면 15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 측 이 사건 계약 담당자 E이 원고에게 송장가격을 일률적으로 300위안으로 기재하라고 말했고 이러한 요청이 원고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해 원고가 송장가격을 허위로 기재하게 된 이상, 설령 피고 주장대로 이 사건 운송물 통관 보류의 직접적 원인이 원고가 송장가격을 위와 같이 허위로 일괄 기재한 데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와의 관계에서 신의칙상 비난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 피고의 운송의무 이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이외에도 피고에게 중국으로 보내는 화물의 운송 업무를 위탁한 다른 업체들(G, H 등) 역시 피고의 요청에 따라 송장가격을 일괄해 300위안 이하로 기재했고, 그와 같이 송장가격을 기재한 다른 10여개 업체들이 위탁한 운송물도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의 요청이 통관보류 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
2. 결론 :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 원고의 본소에 관한 항소와 피고의 반소에 관한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승규(재판장) 김동완 배용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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