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해운산업에 탄소세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IMO는 2025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차 회의에서 국제해운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를 도입하는 안건을 승인하고 10월에 2차 임시회의(MEPC ES.2)를 열어 채택을 확정하기로 했다. EU 27개국과 브라질 중국 인도 캐나다 영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63개국이 찬성하고 16개 산유국 등만 반대하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NZF는 총톤수 5000t 이상의 국제 항해 선박이 온실가스 집약도(GFI)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초과 배출한 온실가스에 비례해 부담금을 내고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도록 한 탄소 규제다.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탄소집약도(CII) 등급제나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 같은 운항·기술적 조치를 단기 조치, 비용을 물리는 시장 기반 조치(MBM)를 중기 조치로 부른다.
중기 조치에선 기본목표(Base)와 강화목표(Direct)라는 온실가스 감축률이 제시됐다. 기본목표보다 감축률을 13% 더 높게 설정한 게 강화목표다. 선사들은 2030년에 기본목표 8% 또는 강화목표 21%, 2035년에 기본목표 30% 또는 강화목표 43%를 달성해야 한다. IMO는 2036년 이후 감축률 목표치는 2032년 1월1일에 결정하기로 했다.
감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보충유닛(RU, Remedial Unit)으로 불리는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부과 시점 기준으로 2029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되는 부담금 규모는 이산화탄소(CO₂) 1t당 ▲기본목표 미달 시 380달러(RU1) ▲기본 목표 달성, 강화 목표 미달 시 100달러(RU2)로 각각 설정됐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선박은 보상을 받는다. 이른바 초과유닛(Surplus Unit, SU)이란 개념이다. 강화목표를 미달한 선박은 목표를 돌파한 선박인 SU의 온실가스 저감 실적을 구매해 부담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인증 후 2년간 유효한 SU의 시장 가격은 100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RU2를 밑돌 걸로 예상된다.
이렇듯 중기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원칙론엔 많은 국가들이 공감했지만 이를 실제 시행하는 걸 두고선 우려하는 시선이 컸다.
IMO는 10월17일 열린 MEPC 2차 임시회의에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 6장을 개정해 중기 조치 도입을 채택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주요 산유국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탄소세 가격을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중기 조치 도입 연기를 요구했고 미국은 중기 조치를 찬성하는 국가에게 관세와 비자 제한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IMO는 탄소 규제 채택 회의를 1년간 휴회(adjournment)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이 안건은 찬성 57, 반대 49, 기권 21, 불참 8의 투표 결과로 확정됐다.
석유 수출국 기구(OPEC) 회원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이 휴회를 지지한 반면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당장 중기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가 휴회 반대표를 던졌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기권했다.
중기 조치 채택이 1년 미뤄지면서 국제사회의 탈탄소 계획표도 순연될 전망이다. 당초 IMO는 2027년 3월1일부터 중기 조치를 시행해 2028년 한 해 측정한 연료 소모량을 근거로 2029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채택이 1년 연기되면서 이 일정들이 모두 1년간 미뤄지게 됐다.
중기 조치가 미뤄지면서 탄소 감축률이나 탄소세 수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MO가 수립한 기본 감축 목표는 2028년 4%에서 시작해 2030년까지 2%포인트(p)씩 단계적으로 확대하다 2031년에 12%로 4%p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규제 시작 시점부터 감축률이 10%까지 껑충 뛸 수 있다는 평가다. 중기 조치 도입이 2026년에도 성사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IMO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국제협약 개정안을 채택하면 16개월 후에 발효되고 각국 정부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하는 입법 절차를 들어 당초 계획한 일정에 맞춰 중기 조치를 시행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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