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해운 시장 분위기는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 이란 사태 등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촉발한 주요 해상 관문 봉쇄 리스크로 이제는 공급망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박 연료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선사들이 여러 항만에서 급유하고 연료유의 장기 계약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해운시장 상황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있는데도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구매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박유 구매 담당자들의 역할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1달러라도 저렴한 견적을 받아내는 것, 그것이 유능함의 척도였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시장이 안정적이고 구매자가 공급자들보다 우위에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공급이 넉넉한 상황에서는 ‘조금 더 저렴함 가격’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질서가 지금처럼 혼돈한 상황에선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공급사의 물량 확보 실패, 공급망 중간 단계에서의 병목 현상 발생, 트레이더의 신용 한계 등으로 ‘오퍼는 나오지만 실제 공급은 불확실한’ 상황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조금은 비싼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보다 공급자를 결정하는 우선순위가 됐다.
벙커유 담당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고 있다. 싸게 구매하는 건 기본이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연료를 제때 확보해 선박 운항의 지연을 막아내는 게 유능한 담당자의 기준이 됐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선사의 규모에 따라 전혀 다른 생존 전략을 요구한다. 대형 선사들은 막대한 구매 물량과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무기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기존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문제는 중소형 선사들이다. 대형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맹목적인 최저가 입찰(Lowest bidding)에만 매달리다가는 물량이 부족해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공급 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이 크다.
현업자인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들 중소형 선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최저가 구매가 아니다. 필요 시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는 공급자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다. 영업 전략의 무게 중심을 ‘최저가 확보’에서 ‘리스크 최소화’로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지금 해운업계, 특히 선박 연료 구매 책임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 가격이 정말 경쟁력 있는가”뿐만 아니라 “원하는 장소에서 지연 없이 공급될 수 있는가”이다.
여기에 더해 “이 공급자는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실제로 공급 이행이 가능한가” 그리고 “지금 계약하는 것이 최적의 타이밍인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제 벙커유 구매는 과거의 단순 가격 비교에서 벗어나 공급자의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신뢰도, 구매 타이밍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의사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작금의 시장 상황은 단순히 가격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비용 절감에 더해 시장 상황과 공급 구조를 함께 읽어내는 종합적인 판단이 벙커유 구매에서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