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14:06

‘스웨덴의 이유있는 추락’ 톤세가 불러온 해운국 흥망성쇠

<세계의 톤세제도> 펴낸 한종길 교수, 제도 영구화·확대 주장


톤세제도가 국가 해운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해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세계의 톤세제도>를 집필한 성결대 한종길 교수는 11일 한국해사문제연구소와 묵암재단이 주최한 제1회 저자 초청 북콘서트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유럽 국가들이 톤세제를 빠르게 도입해 해운과 해양 신산업 발전을 이룬 반면 2000년대 초 세계 10위권 해운국이었던 스웨덴은 톤세제 도입이 늦어지면서 해운업이 붕괴하고 핵심 두뇌가 유출되는 참혹한 결과를 맞았다고 직설했다.

다른 나라보다 20년가량 늦은 2017년에야 톤세제를 시행한 스웨덴의 선박량은 전 세계의 0.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톤세 도입이 늦어지자 스웨덴 선사들이 앞다퉈 이웃 덴마크나 영국 싱가포르 등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현지법인 명의로 신조 발주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선박뿐 아니라 선박금융 해상보험 법률컨설팅 등 연관 서비스 수요가 영국 런던이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전하면서 해사클러스터의 공동화가 발생했다고 한 교수는 진단했다. 

해운성장과 안보유지 필수요건

한종길 교수는 세계 주요 해운 선진국들이 ▲자국 선대 유출 방지 ▲해사클러스터 기반 경쟁력 강화 ▲국가 안보 실현 등의 이유로 톤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초기엔 편의치적국(개방형 선박등록국)으로 유출되는 자국 선대를 붙잡으려고 톤세제를 도입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 항만 선박금융 법률서비스 등의 해사클러스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지정학적 위기나 글로벌 분쟁이 심화된 2015년부터는 안보 측면에서 해운업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톤세를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대표적인 해운 선진국인 유럽의 톤세제 유형을 네덜란드와 그리스 모델로 분류했다. 네덜란드 모델은 영국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등의 북서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방식으로, 해사클러스터를 중시하는 모습을 띤다.

1996년 톤세제를 도입한 네덜란드는 해운 조세 지원 제도의 표준을 정립했다. 특히 선박관리업 케이블선 해양플랜트 등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적용 범위를 확대해 운송을 넘어 해양산업 전반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톤세를 영구적으로 도입한 영국은 수도인 런던을 글로벌 해운 금융법률 중심지로 육성하고 청년층 해기사 양성에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덴마크 노르웨이는 해운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풍력 등을 혜택 대상에 포함해 신산업의 국제 가격 경쟁력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최소 10년 단위로 제도를 갱신해 기업이 안심하고 자본을 미래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프랑스도 10년 단위로 톤세제도를 연장해 국가 안보 선대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톤세 도입국인 그리스는 헌법에 보장된 강력하고 안정적인 해운 전담 조세 제도로 세계 최대 선박 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선주업 중심의 남유럽식 모델을 확립했다.

그리스 방식을 채택한 몰타와 키프로스는 톤세를 활용해 편의치적국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는 선주나 용선자뿐 아니라 선박관리회사에도 실질 과세가 없는 톤세제를 운영하면서 선박관리산업의 허브로 도약했다. 

 


아시아와 미국은 산업 성장과 해양 안보적 측면에서 해운 조세 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톤세와 고속상각제도를 병행함으로써 자국 조선소 발주와 해운 경영 안정을 동시에 달성했고 대만은 톤세를 에버그린 등 자국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장치로 적극 활용해 세계적인 해운국으로 급성장했다. 인도는 톤세를 내항해운까지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해운 지원으로 선원 공급국에서 선박 소유국으로 전환 중이다.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와 내륙 연안 수송망을 방어하는 용도로 톤세를 활용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연안 운송 자격을 자국에서 건조하고 자국인이 소유하고 자국 선원이 승선한 선박으로 제한하는 존스법과 해사안보프로그램(MSP) 제도가 대표적이다.

톤세를 도입하지 않은 싱가포르와 홍콩 말레이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도 선박 소득에 0%의 세율을 적용하거나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무늬만 다를 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중국은 톤세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국수국조((國輸國造) 같은 화물유보제도나 국책금융을 통한 무제한 자본 공급, 증치세 환급, 보조금 정책 등 더 강력한 해운 성장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해사물류통계 ‘전 세계 국가별 톤세제도 비교’ 참고)

톤세 확대로 부산 해사허브 육성

한 교수는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우리나라도 5년 일몰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톤세제도를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법인세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그리스나 영국 일본처럼 영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구화가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프랑스나 노르웨이처럼 일몰 기간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연장해 통상 10~12년인 선박금융 상환 기간을 커버하는 등 ‘해운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키프로스처럼 선박관리업이 창출하는 관리 수수료와 선원 관리 수익에 해운기업의 25% 수준으로 톤세율을 적용해 글로벌 선박관리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부산에 유치하는 등 선박금융, 선박 소유, 선박관리, 법률, 금융, 선급 등의 지식 기반 해사서비스 허브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횡재세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 사례를 벤치마킹해 톤세를 영구화하면서 선사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CMA CGM처럼 매출액 10억유로(약 1조5700억원) 이상의 대형 해운사에 톤세와 별도로 평균 영업이익의 12%를 ‘해상화물운송기업 특별기여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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