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5 09:36
“간질환 공무상 재해”... 裵 전 해양부차관보 승소
한.러 어업협상 때 과로로 쓰러져
서울고법, 2심에서 원심파기 판결
서울고등법원(특별6부 이재홍부장판사)은 3일 러시아,일본과의 어업협상 과정에서 격무와 스트레스, 폭음에 시달려 간질환으로 쓰러진 배평암 前 해양수산부 차관보에게 1심을 뒤엎고 공무상재해를 인정했다.
배평암 전 차관보은 지난 1967년부터 수산청에서 연구관, 사무관, 과장, 국장을 거쳐 1996년 발족한 해양수산부에서 국장, 국립수산과학원장(1급)으로 근무하던 중 시급한 외국과의 어업협상의 적임자라며 본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관보로 발탁돼 협상을 총괄해 왔다.
배 전 차관보는 차관보로 발령받고 러시아,일본,중국과의 어업회담으로 인해 수시로 밤샘업무를 하고 격무에 시달리던 중 1999년 11월에 한.러어업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돼 수석대표로 참석하여 회담을 진행하였으나 실무자간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자 회담기간을 하루 연장하며 12월 3일부터 수석대표간의 양자회담을 진행했으며, 다음날에는 만찬을 겸한 협상을 했는데 양국 수석 대표는 보드카와 안동소주를 여러 병 마시면서 마지막 협상을 시도한 끝에 12월 5일 새벽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타결을 보게됐다.
이튿날인 12월 6일 배 전 차관보는 오전 장관에게 회담결과를 보고하고 차관보실로 돌아와 집무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으나 입원 중에도 한.러어업협상의 합의문작성을 위해 수시로 병원에서 무단 외출, 차관보실에서 러시아 대표와 계속 문안 수정 등을 하는 한편 직원을 러시아로 보내 합의문에 서명했다.
배 전 차관보는 퇴원후에도 한.일어업협상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수석대표로서 대표단을 인솔해 일본을 방문, 협상을 통해 우리 연근해어선이 2000년도에 일본 EEZ수역에서 조업을 유리하게끔 만들었으며 그 이 후 1월부터는 어선감척예산확보, 한.중어업회담, 한.일각료회담, 대일 김수출 회담 등을 위해 치료받을 시간도 없이 국외출장과 격무에 시달리다가 간성혼수로 다시 쓰러져 지난 2000년 5월 사임 후 아들의 간을 이식을 받게 됐다.
2000년 당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는 간이식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상질병으로 인정 치료비를 지급했고, 국가보훈처에서도 국가 유공자로 선정하여 그에 합당한 예우를 부여했으나 배 전 차관보는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돌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스스로의 힘으로 치료를 계속하며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해 왔다.
배 전 차관보가 병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통원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해양부 동료들은 지난 2004년 12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공무상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1심에서는 의학적 견해와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배전차관보가 직무수행상 과로와 과도한 폭음이 질병을 급속히 악화시켰다고 보여 공무와 질병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판결과는 달리 배 전 차관보의 경우에는 격무와 스트레스가 의학적 견해에 앞서 업무와 질병이 상당히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동일 지병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던 공무원들에게 희망을 주고,“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 마련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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