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3 16:02

더 세월(30)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28. 생존의 법칙


서정민은 지금 부산에 내려와 K 지방신문 회의실에서 사회부장과 특별기획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인터뷰 바로 전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선박운항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엔 한국선급을 비롯해, 한국해기사협회,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해양대학교 등 부산에 주소지를 둔 해운 관련 기관 직원 5명이 참석했다. 한국선급도 3년 전 본부를 부산 신축사옥으로 이전했다.

좌담회가 끝난 후 신문사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라는 특별기획물에 내용을 추가하고자 피해자이면서 물류기업가인 서정민과 단독대담을 이어갔다. 사회부장은 녹음기 스위치를 누르고 대담에 들어갔다.

“청해진이 살아날까요? 도산한 세모그룹이 부활했던 사례에 비춰보면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과거에 좋은 방법으로 다시 살아났던 게 아니잖습니까. 이번엔 상황도 다르고요. 오너가 죽었으니.”

“그래도 워낙 사업수완들이 좋아서, 제2인자가 나설 수도?”

“줄줄이 두름으로 잡혀갔는데….”

서정민은 양손 엄지를 아래로 가리켰다. 재기 불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과거 세모가 도산했다가 어떻게 살아났었나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세모그룹 계열사들을 차명법인을 동원해 다시 다 사들인 거지요. 채무조정이 끝나자 곧바로 측근들이 장악한 회사를 내세워 헐값에 인수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아, 그렇군요. 대한민국이니까 가능했겠군요.”

한심하다는 뜻인지, 사회부장의 ‘아’ 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는 종교단체 ‘복음침례회서울교회’의 응집력에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기도원 금수원 안에는 버려진 기차, 지하철객차, 폐전철을 개조한 숙소가 있다던데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잖아요. 많은 인원을 수용하려면 집을 신축하기보다는 폐품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지요. 유 회장 정도면 그런 아이디어는 식은 죽 먹기였을 겁니다.”

대담의 주제는 사고 후 구원파들이 대응해온 과정으로 옮겨 갔다. 특히 금수원 정문 앞에 걸었던 현수막에 흥미가 쏠렸다.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문 표어를 동원하고 상황의 변화에 맞춰 글귀를 바꿨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맨 처음 걸린 현수막은 이랬다.

「헌법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1991년 오대양 사건 당시에도 구원파 측은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핵심 피의사실은 횡령·배임 등 불법행위와 불법경영인데 종교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일종의 물타기 시도를 한 것이다.

두 번째로 내건 현수막은 메시지 전달 대상이 구체화됐고 표현 강도도 세졌다.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오대양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정치적 목적에서 유 회장에게 부당한 혐의를 씌웠다고 구원파는 주장한다. 무죄가 입증됐음에도 20년 넘게 구원파 소행이라는 오해에 시달린 것은 그의 무리한 수사 지휘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새롭게 등장한 현수막은 김 실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우리가 남이가!」

이 말은 1992년 12월 부산 초원복집 사건에서 따온 것이다. 지역감정을 대선에 이용하자고 모의한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공격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세월호 수사를 무리하게 끌고 가지 말라는 경고일 수 있고, 사회 곳곳에 심어놓은 인맥들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금수원 이야기가 끝나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넘어갔는데, 해운조합이 대화에 등장했다.

“국내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입출항 선박점검이나 정기검사를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거와 같지 않습니까?”

“해양의 특성상 자체 관리를 맡겨 놓았는데 기대는 빗나갔지요. 해피아의 영향이 심한 환경에서는 더욱….”

생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서정민은 말을 계속한다.

“해수부나 해경 퇴임자들이 가기 좋은 자리니까요. 협조하기도 좋고… 협조라는 게 따로 있나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런 거 있잖아요.”

사실상 해운조합 임원의 인사권은 이사장이 아닌 해운업체들이 가지고 있다. 해운조합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융자, 공제, 교육 사업을 벌이는데, 인사를 비롯한 주요 결정은 각 지역 해운사 대표단으로 구성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보다 관행의 위력이 무서운 게 코리아입니다.”

서정민은 조국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었지만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지적하다 보니 말투도 거칠어졌다.

한국선급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한국선급은 어떻게 보십니까?”

“해수부의 위임을 받아 선체 및 설비검사를 하는 기관인데, 세월호의 경우 항해, 기관, 통신, 조타장치와 소방안전시설 등 200여 개 항목에 적합 판정을 내렸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사회부장은 질문의 끈을 놓지 않는다.

“조합이든 선급이든 관청과 좋은 유대관계를 갖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들이 쌓여 결국 사고를 불러오는 거지요.”

“이번 사고를 보면 책임 떠넘기기가 드러났는데 서 사장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해수부가 다시 생기면서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등이 재난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았다는 게 국회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국민안전처가 신설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신설이라기보다 흩어져 있던 안전 관련 분야를 한곳으로 몰아 놓은 형태가 아닙니까?”

“어떻든 해경, 소방청, 안행부의 안전관리를 한 곳에 모아 안전과 재난관리를 효율적으로 총괄하게 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럼 해수부의 항만해상교통관제센터는 어디 소관인가요?”

“항만과 연안 VTS를 해경으로 옮겼으니 국민안전처로 일원화된 거지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적응에는 귀재 아닙니까. 분명히 잘해나갈 겁니다.”

그러기를 바라면서, 긴 대담은 끝났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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