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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0:21

시론/ 항만물류업계가 수긍하기 힘든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

김형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최근 포스코의 통합물류전문자회사 설립계획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최강의 철강기업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6조67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물류비를 매출로 획득해 온 기존의 제3자 물류기업은 험난한 시대로 접어들 것이 명백하다. 특히 벌크화물을 취급 중인 항만물류업계(항만하역·육상운송·창고보관 일괄 수행)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화주의 항만물류시장 진입시에는 시장에 불어넣는 혁신 여부,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첫째, 항만물류산업 경쟁력 강화의 견인력 여부이다. 즉 대형화주의 물류자회사가 항만물류시장에 진입하여 얼마나 산업전반에 혁신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해외시장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대형화주의 물류자회사는 방대한 자금력과 확실한 물량 보증을 뒷받침받기 때문에 이러한 뒷받침이 전혀 없는 현행 항만물류기업에 비하면 신시장 개척이 용이할 것임은 충분히 이해된다.

다른 하나는 국내 항만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견인이다. 항만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현행 항만물류기업들이 행하기 어려운 신기술 개발, 자동화 투자,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코스트 경쟁력 향상 등의 혁신이 요구된다. 대형화주의 물류자회사는 현행 항만물류기업에 비하면 이 부문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관건은 자금력과 모기업으로부터 물량 보증이 있다고 하여 과연 항만물류산업 전반에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항만물류산업에 혁신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기존 항만물류기업의 능력 부족에 기인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혁신을 곤란하게 만든 화주의 월등한 시장 지배력과 그로 인한 원가 이하의 요금, 화주의 빈번한 물류사업자 교체 위협에 따른 물류사업자들의 장기투자 곤란, 파생수요라는 물류수요의 특성과 유연성이 부족한 근로자공급시장, 지속적 규제완화로 인한 영세사업자의 과다진입과, 그로 인한 출혈적인 고객쟁탈전 등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러한 고질적 현상이 오랜 기간 업계를 지배하여 벌크부문 항만물류산업의 특성을 구조화·고착화 시켜 왔다. 그 결과 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항만임대사업과 민간투자방식의 출현, 새로운 기술의 접목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본이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종래의 중소자본이 사업을 분담, 나름대로 각기 고유의 영역을 확보,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화주의 물류자회사가 신규로 진입할 경우 자가화물 관리의 안정화 도모는 가능하겠으나, 위와 같은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타파하지 못하는 한 항만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이나 혁신을 견인하기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과거 대형화주가 설립한 물류자회사들의 경우 직접 자산과 인력에 투자하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자산보유·서비스제공형’ 물류사업자는 거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기존 제3자 물류기업 위에 군림하여 그들을 활용하는 물류주선업의 사업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기존 산업구조의 변혁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이한 사업방식을 답습하여 물류업계의 최상위에 자리잡아 기존 물류업계를 지배하는 중층적인 사업구조를 온존·확대시키는 것이다.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요율인하 주도 등 시장질서 저해 행위도 감행한다는 점이다.

둘째, 항만물류산업의 국내시장은 오늘날 성장산업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산업의 탄생-성장-성숙-약화 라는 사이클 과정 중 성장단계에서는 누구나 동일한 선상에서 스타트하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국내 항만물류시장은 최근 떠오르는 택배나 전자상거래 시장과 달리 이미 성숙·포화상태에 있다. 수출입 벌크물동량은 거의 정체상태이다. 신규사업자가 진입하다고 하여 신규 수요가 창출되기도 힘들다. 이와 같이 시장규모가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은 기존 사업자의 퇴출을 촉진시켜 궁극적으로는 플레이어만 교체되고 시장질서의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화주 계열 물류자회사의 항만물류시장 신규진입을 수긍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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