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안전운임제가 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가중시켜 수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수출기업 577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수출기업의 절대 다수인 91.4%가 안전운임제가 재도입되면 운임이 최소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24일 밝혔다.
운임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 중 운임이 20~30%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40%에 이르렀다. 교통연구원이 2017년 분석한 내륙 운송 운임과 2022년 4월 고시된 안전운임을 비교한 결과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3년 동안 컨테이너 내륙운송 운임이 구간별로 25~42%까지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협은 수출기업들이 홍해 사태로 높은 해상운임을 내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육상운송 운임마저 큰 폭으로 인상되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 안전을 확보하려고 2020년 도입돼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 수출기업 대부분은 안전운임제의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교통 안전 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85.1%가 효과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수출기업의 72% 이상은 안전운임제가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들어 재도입에 반대했다.
수출기업은 안전운임제가 재도입될 경우 나타날 문제점으로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43.5%) ▲과도한 시장개입에 의한 비효율 발생(19.5%) ▲화물자동차 안전과 무관(16.4%) ▲운수사 차주 수출입기업 간 형평성 문제(13.8%) 등의 순으로 답했다.
과로‧과속‧과적 운행 방지와 교통 안전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 안전운임제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응답기업들은 안전운임제 대신 ▲교통법규 위반행위 단속과 처벌강화(41.7%) ▲화물 운송시장의 다단계 위·수탁 구조 개선(37.2%)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건전한 화물운송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지입제 폐단 근절을 통한 근본적 구조 개선(33.2%) ▲이해관계자의 불법행위와 집단행동에 대한 처벌 강화(31.8%)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입제는 개인 화물차주가 자신의 화물차에 운송회사 명의의 영업용 번호판을 달아 영업하는 대신 그 대가로 지입료를 내는 화물차 제도를 말한다.
설문에 참여한 중소 수출기업 대표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모든 비용을 운송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수출 기업에게 전가하는 제도”라며, “국회가 중소 수출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이인호 부회장은 “안전운임제는 각고의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는 제도”라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국회가 진지하게 고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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