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락곡선을 그린 해상운임이 올해 적게는 18%, 많게는 30%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데다 대형선을 중심으로 한 신조선이 잇따라 인도되면서 시황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그런가 하면 새해 기업들의 수출 경기가 개선 국면에 진입할 거란 관측도 나왔다. 반도체와 선박을 중심으로 수출 여건이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한층 해소될 거란 지적이다.
북미수출항로 베·印·泰 ‘역대최대’…韓中 감소
북미와 유럽 등 기간항로 물동량은 2년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써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북미항로 수출 실적은 베트남 인도 태국 등이 이끌었다. 베트남 인도 태국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반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은 감소하며 대조를 보였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JOC피어스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0만TEU를 기록, 2024년 1982만TEU에서 1%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베트남과 태국발 물동량이 폭증한 게 영향을 미쳤다. (
해사물류통계 ‘2025년 1~11월 아시아-미국 수출항로 국가별 수송실적’ 참조)
12월 물동량이 155만TEU를 웃돌면 연간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4년의 2165만TEU였다. 매달 164만TEU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한 점에 미뤄 신기록 작성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위 베트남은 23% 폭증한 317만TEU로, 11개월간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4년 연간 실적 284만TEU를 이미 뛰어넘었다. 3위 인도와 5위 태국은 전년 대비 각각 11% 18% 늘어난 120만TEU 116만TEU를 기록했다. 인도와 태국 모두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치다.
반면, 1위 중국이 미국으로 실어 나른 컨테이너는 1년 전과 비교해 8% 감소한 1007만TEU에 그쳤다. 4위 우리나라도 1년 전 127만TEU에서 6% 줄어든 120만TEU에 그치며, 연간 물동량이 일 년 만에 감소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화물은 가구였다. 1위 가구는 1% 늘어난 300만TEU, 2위 전자전기는 4% 증가한 178만TEU로 집계됐다. 반면, 3위 의류는 4% 줄어든 162만TEU였다.
유럽항로도 북미와 마찬가지로 물동량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아시아 16개국에서 유럽 53개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1629만TEU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499만TEU보다 9% 늘었다. 2월과 10월을 제외하고 월간 물동량이 모두 전년을 앞섰다. (
해사물류통계 ‘아시아-유럽 수출항로 물동량 월간 추이’ 참조)
11~12월 합계 물동량이 191만TEU를 웃돌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4년 달성한 1819만TEU였다.
선적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최대 수출국인 중국(홍콩 포함)이 9% 증가한 1271만TEU, 동남아시아발은 7% 증가한 212만TEU를 기록했다. 동북아시아 지역도 5% 늘어난 146만TEU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2025년 1~9월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화물은 전자기기로, 전년 대비 9% 늘어난 748만t이었다. 2위 기계는 16% 증가한 626만t, 3위 가구는 15% 증가한 385만t을 각각 기록했다.
북미·유럽 평균운임 전년比 급락
수요 증가에도 북미와 유럽항로 컨테이너 운임은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들 항로 운임은 2024년에 2~3배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가 일 년 만에 하락세를 맛봤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상하이발 북미 서안행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551달러를 기록, 1년 전의 4987달러에서 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북미 동안 평균 운임은 3723달러로, 전년 6463달러에서 42% 급락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5년 북미항로 컨테이너 운임 추이’ 참조)
2025년 상하이발 북유럽행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87달러로 집계됐다. 2024년 같은 기간 3132달러와 비교해 4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지중해 운임 역시 2429달러를 기록, 1년 전 3797달러 대비 36% 하락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5년 유럽항로 컨테이너 운임 추이’ 참조)
KMI·해진공 “공급이 수요 크게 웃돌아”
2026년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은 전년보다 최대 30% 급락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김병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2026년 평균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1100~1300포인트(p)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2025년 평균인 1581p보다 18~30%가량 떨어질 거란 분석이다. 2024년 평균 2506p와 비교하면 48~56% 낮은 수치다.
김 연구원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신조선 인도가 잇따르는 등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기간항로 평균 운임은 아시아-북미 서안 1800~2000달러(40피트 컨테이너), 아시아-유럽 1000~1200달러(20피트 컨테이너)로 각각 예측했다.
북미 서안은 올해 평균 운임 2551달러와 비교해 22~2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둔화하는 데다 1만TEU급 내외의 선박이 인도되면서 운임이 하락할 거란 지적이다.
북유럽은 2025년 평균 1587달러에서 적게는 24%, 많게는 37%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도 초대형선 인도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 부담이 지속된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경기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선사들의 강도 높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과 서비스 축소가 운임 방어의 핵심이 될 거란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아시아역내항로 평균 운임은 250~450달러(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평균 운임인 464달러와 비교해 소폭 내리거나 최대 46%까지 급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대형선 인도에 따른 선박 재배치와 글로벌 선사들의 아시아역내항로 진출 확대가 운임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걸로 봤다. 다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동남아시아·인도행 중간재 교역은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KMI는 2026년 컨테이너 수요는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 해운분석기관 중에서 가장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해운분석기관인 제네타(Xeneta)와 클락슨의 전망인 3.0% 2.4%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북미항로 수요는 전년 대비 0.6%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클락슨 -0.1%, 드류리 0.5%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실질 소비력이 약화하고 트럼프 관세정책이 물동량에 하방 압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요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유럽항로 물동량 예상 증가율은 0.5%로 제시, 해운분석기관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클락슨 드류리는 물동량 증가율을 0.4% -2.2%로 각각 관측했다.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완화로 소비 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물동량 증가 폭이 제한적일 거란 이유에서다.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 증가율은 클락슨이 내놓은 3.3%보다 낮은 2.7%로 잡았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성장 기조가 아시아역내 수요를 견인할 거란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공급량 증가율은 4~5%로 수요(2.3%)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점쳤다. 더불어 2026년 신조선 인도량은 약 154만TEU로, 30만~50만TEU인 해체량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해운시장에 인도되는 신조선은 1만TEU급 이상이 전체의 약 65%에 달해 전 노선에서 공급 압력이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진흥공사도 KMI와 마찬가지로 올해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점쳤다. 해진공은 ‘해운시황 보고서’에서 2026년 공급 증가율이 3.5%를 기록, 2.1%인 수요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은 0.8% 3.4% 각각 늘어나는 반면,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는 북미항로는 0.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協 “반도체·선박 중심으로 수출경기 개선”
올해 1분기 국내 수출 경기는 개선 국면에 진입할 거란 고무적인 전망도 나왔다. 반도체와 선박을 중심으로 수출 여건이 빠르게 회복할 거란 분석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새해엔 선복 확보가 쉬워지고 물류비 부담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봤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5.8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10을 상회한 수치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전 분기 대비 수출 여건 개선을, 밑돌면 악화를 의미한다.
품목별로는 15대 품목 중 반도체·선박 등 7개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187.6)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가장 전망이 밝았다. 선박(147.2) 역시 고선가 수주 물량 인도가 본격화하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증산에 따른 운반선 발주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며 수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항목별로는 10개 조사 항목 중 ▲수출단가(125.2) ▲설비가동률(122.5) ▲수출 상담·계약(121.6) ▲수출 대상국 경기(121.4) ▲국제물류(119.8) 등 9개에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제물류가 직전 분기 대비 26.8%포인트(p) 오르며 조사 항목 중 개선 기대감이 가장 커질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국제물류는 해상운임 등 수출기업이 부담하는 물류비와 선복 확보 상황을 의미한다. 수출기업들이 체감하는 물류 애로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출 상품 제조원가(98.6)는 전 분기(86.8) 대비 소폭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어 기업의 원가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애로 요인 조사에선 ▲원재료 가격 상승(17.5%)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5.4%)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2.8%) ▲바이어(구매기업)의 가격 인하 요구(11.9%) ▲수출 대상국의 수입 규제(9.3%) ▲물류비용 상승(9.0%) ▲개도국의 시장 잠식(7.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 분기 대비 5.5%포인트(p) 상승하며 13개 애로 요인 중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기록했다. 반면, ‘물류비용 상승’ 항목은 전 분기 대비 0.2%p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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