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9 17:36

편의치적, 현대해운경영에서 필요한 치적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일본의 해사평론가 에노모도(木+賈本喜三郞)씨가 1991년에 발표된 "편의치적선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재평가" 라는 논문을 1995년에 번역하여 발표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처럼 진부한 논문을 새삼스럽게 번역하여 게재하게 된 이유는 편의치적선 해운을 반대해왔던 일본해원조합이 편의치적선 해운을 수용'하는 등 당시 일본 상황이 편의치적선에 대한 재음미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한국 현실은 대부분의 해운전문가들이 편의치적제도를 현대 해운기업경영의 보편화된 기법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편의치적이 불법시되는 국가이다. 정부에서 인정하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외는 관세법, 외국환거래법 등을 근거로 불법시하고 있다. 선박을 취득하여 리베리아에 등록하면 우리나라에 등록한 선박에 비해 1년 후에 비용이 53% 이상 절감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사실 세계 유수의 해운기업에서는 편의치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18세기 초에 등장한 편의치적제도는 파나마가 편의치적국으로 출현한 이래 급속히 발전해왔고 현대 해운기업경영에서 더욱 왕성하게 활용되고 있다. 세계 해운에서 편의치적선의 비율은 1970년에 18.0%, 1980년에 27.2%, 1990년에 34.3%로 증가한 이후, 2000년에는 61.8%로 증가하였다. 2000년의 세계 총선복량 7억 5,323만톤(DWT)으로 순수 국전선이 불과 40%도 안된다. 특히 선박보유 상위 10대 해운선진국의 편의치적 비율이 67.6%에 달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저렴한 생산요소를 찾아 국제적 범세계적 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60%가 고임금과 노사분규 및 정부규제를 피해 국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려고 하는 계획도 이런 차원이다. 해운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외국 선주들이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의 국기를 선박에 게양하여 제고하듯이, 우리 해운기업도 이런 방법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특히 해운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우리 현실을 고려하여 편의치적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도화ㆍ시스템화해야 한다.
이제 편의치적은 해운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가 되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편의치적(flags of convenience)은 '도피처(runaway of flags)'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적(flags of necessity)'이 되었다. 일본의 에노모도가 진부한 편의치적선에 관한 논문을 번역, 게재하여 편의치적 문제를 재음미하듯이, 우리나라도 늦기 전에 이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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