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20 17:50

미국 항만 유지 수수료 부과 논란 가열

한·미FTA협상서 우리측 폐지 요구


미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화물에 대해 화물 가격의 0.15%씩 부과하는 ‘항만 유지 수수료’를 놓고,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6월초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우리나라 대표단은 관세 및 기타 수수료와 관련해 대미 수출품의 관세통관 과정에서 부과되는 물품취급 및 항만유지수수료의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항만수수료가 조세 성격이 강한 세금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며, 어떤 나라에도 면제를 해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폐지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내업계가 연간 9,000만달러 정도 부담하는 대미 수출 화물의 물품취급 수수료(화물가격의 0.21%)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항만 유지수수료(Harbor Maintenance Fee)는 미국의 수자원 개발법(Water Resources Development Act, 1986)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화물에 부과되는 수수료로 화물가격의 0.15%가 매겨진다.

항만 유지수수료는 항만 유지세(Harbor Maintenance Tax)로도 알려져 있는데, 미국 항구 및 항만 유지 사업으로 혜택을 받는 이들도 항만유지사업 비용을 분담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항만 유지수수료는 외국자유무역지대에 반입되는 물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 화물과 승객 및 미국내 항만간의 화물이동에 따른 항만사용에 대해서도 부과된다.

미 세관이 항만유지사업을 수행하는 미 공병대(Army Corps of Engineers)를 대신해 징수하며, 항만유지기금(Harbor Maintenance Trust Fund)에 예치된다.

미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항만유지수수료는 수출 화물에 대해서는 부과되지 않는다. 1994년에 미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 : CIT)은 수출화물에 부과되는 항만유지수수료는 미 헌법의 수출조항(Export Clause of the Constitution)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미 연방항소법원에 상소했으나 패소해 다시 미국 대법원에 상소했다. 1998년 3월에 미 대법원은 “United States v. U.S. Shoe Corp” 소송사건에서 수출화물에 부과되는 항만유지수수료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항만 유지수수료가 수출화물 가액에 근거해 산정되기 때문에 사용수수료(user fee)가 아닌 세금(tax)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미 헌법의 수출조항(Export Clause of the Constitution)은 수출품에 대한 세금부과를 금지하고 있다.

1998년에 미 세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출 화물에 대한 항만유지수수료 부과를 폐지했다.

1998년 8월에 미 국제무역법원은 수출화물에 부과된 항만유지수수료 환급에 대한 공식 절차를 제정했다.

수출품에 대해 항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에 따라 수출품에는 부과하지 않고 있으나 수입품에 대해서는 계속 부과되고 있다.

이와 같이 FTA 협상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은 항만유지수수료가 자국 수출품에는 면제되고, 한국의 수출품에만 부과되는 차별적 조치이기 때문에 이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게 됐다.

미국 내서도 찬반양론으로 엇갈려

미국의 톰슨(Thomson Consumer Electronics)사는 수입화물에만 부과되는 항만유지 수수료는 미국 내 20여 개의 주가 항만이 없기 때문에 미국 헌법 “Port Preference and Uniformity(항만 특혜 및 통일)”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출화물에 부과되는 항만유지세금이 위헌으로 판정된 상황에서 수출화물 및 수입화물에 부과되는 항만유지수수료 제도는 상호 분리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출화물에 대한 부과가 위헌이면 수입화물에 대한 것도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미 의회가 수자원 개발법을 제정하면서 항만유지수수료를 수입화물에만 부과하려는 입법 의도를 갖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미국이 가입한 WTO 국제조약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같이 제기됐다. 미 국제무역법원은 수입화물의 항만유지세금 부과에 대한 합법성 판단 여부는 세관에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며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미 세관이 항만유지세금에 대한 헌법판단 적격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먼저 하는 행위는 불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미 국제무역법원의 결정을 뒤엎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수입화물에 대한 항만유지세금 부과에 대한 헌법성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으며, 소송의 본안은 하급법원이 먼저 결정할 사안으로 돌려보냈다. 아직까지 수입화물에 대해 최종 결정된 내용은 없지만 수입화물에 대한 부과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전문 변호사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미리 미 국제무역법원에 항변서(complaint)를 제출하거나 세관에 이의제기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우리나라는 부과에 반대

과거에 유럽연합도 수입화물에 대해 항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으며, WTO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항만운영 및 유지는 종전과 같이 미 정부 일반재정(general revenue)으로 충당할 것을 요구했다.

연간 5억 달러를 상회하는 미국 전체 항만운영 및 유지비용의 대부분을 수입화물에 부과하는 항만유지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으로부터 수입되는 화물에 부과되는 금액은 연간 1억달러지만 미국 국내 화물 운송에 대한 항만유지수수료 징수는 4,500만 달러(1999년 기준) 정도에 그쳐 차별적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새로운 항만개발에 거두어들인 항만유지수수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축적된 항만유지기금은 2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미국 세관과 상당 기간 동안 관세 및 기타 수수료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항만유지수수료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우리 정부 FTA 대표단은 2차 협상에서 1차 협상시 미측이 검토 가능 의사를 표명한 물품취급수수료의 면제를 미국에 재차 요구하고, 항만유지수수료의 면제를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은 수입화물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항만유지수수료 수입이 항만유지에 지출되는 비용을 상회하고 있으며, 항만유지기금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차별적이고, 비합리적인 항만유지수수료 부과를 철폐토록 해 우리나라 대미 수출업체의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KMI측은 밝혔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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