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7 16:04

더 세월(54)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8. 선체 육상거치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이 항해 6시간 만인 3월 31일 오후 1시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접안 작업 30분 만에 무사히 철재부두에 왼쪽 뱃전을 댔다. 접안을 지켜보고 있던 서정민은 비교적 순조로운 작업에 안도했다.

정부는 세월호를 4월 6일까지 부두 육상에 거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준비 작업에 3일, 육상으로 이송한 뒤 거치하는 데 3일이 걸릴 거란 예상이다. 물론 이 같은 계획은 작업이 순조로울 때 이야기이다.

육상 거치 과정에서는 선체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균형을 잃어 하중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선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조석 간만의 차이가 가장 적은 소조기(4월 4일∼8일)에 반잠수선과 부두의 수평을 맞춰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육상 거치의 첫 과정으로 좌현이 접안해 있는 반잠수선을 90도 틀어야 선미를 부두에 붙이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선 반잠수선과 세월호의 고정을 해체하고 배수한 다음 선미 측에 중량물을 끌어당기는 장치인 권양기 6개를 설치하는 부수작업이 필요하다.

선미 접안을 마치면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ransporter: MT)를 동원하여 거치작업에 들어간다. 거치가 끝나면 선체 안전도와 위해도를 조사하고 방역을 실시한 뒤 마지막으로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정리 작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4월 5일 오후 1시부터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을 90도 돌려서 부두에 종(縱) 접안 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부두에 직각으로 바지선 선미를 접안하는 이유는 뭔가요?”

“선체를 레일 위로 밀어 올리기 위해서랍니다.” 

서정민의 질문에 상하이샐비지 한국 측 엔지니어는 대답했다. 반잠수선에서 세월호를 1만 평 규모의 철재부두로 옮길 때는 초대형 구조물 이동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사용된다. 

“선체를 모듈 트랜스포터에 올려놓을 때 선체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습니다. 각각의 트랜스포터가 선체를 떠받치는 힘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작업해야 해요.”
엔지니어가 어려움을 강조해서 다소 불안하기도 하다.

모듈 트랜스포터(차량형 특수운송장비)의 진입을 방해하는 좌현 철판 일부를 잘라냈다. 육상거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4월 6일 오후 7시30분부터 트랜스포터 480대를 세월호가 놓여 있는 반잠수선 갑판으로 진입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해수부는 동원된 장비가 총 13,000톤 규모의 중량물을 수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포터 축당 26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설명이다. 운송업체들은 해수부가 적재능력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축당 적재하중을 35~40톤까지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송업체 견해대로라면 총 15,000톤 이상의 무게도 수송이 가능하다. 

오후 11시께 모듈 트랜스포터가 리프팅 빔 위에 얹힌 세월호 선체 밑으로 들어갔다. 유압으로 높이를 올리며 선체를 떠받치게 된다. 자정 무렵부터 수차례 선체를 들어 올리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1차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테스트 결과 동원된 장비가 상당한 수준까지 선체를 들어올리긴 했지만 선체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무게가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16,000톤에 이른다고 해수부는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선체 천공을 통한 배수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세월호를 육상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은 까다롭다.

“출항 당시 배수톤수가 1만 톤 가량이었는데 개펄로 인해 선체무게가 엄청 많이 증가했군요.”

“3년 동안 덮어쓴 개펄이 6천 톤이나 된다는 뜻이죠.” 

배 안으로 들어간 진흙의 양이 믿기질 않는다는 듯 엔지니어는 머리를 긁적였다. 

세월호를 안정적으로 들어 옮기기 위해서 MT 120대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상하이샐비지는 이날 오후 바로 MT 물량 확보에 들어갔다. 4월 7일 선체를 받치고 있는 리프팅 빔 길이를 50~60센티미터 정도 용접하여 늘리는 작업을 했다.

추가된 120대의 장비가 60대씩 선체 양현 끝으로 한 줄씩 더 들어가야 해 빔도 그에 맞춰 길이를 더 늘렸다. 총 여섯 줄의 MT가 세월호를 들어올리게 된다. 4월 9일부터 MT 600대로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테스트를 한 결과 안정적으로 옮기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모듈 트랜스포터가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하는 시점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수평 유지가 걱정되어서 서정민이 엔지니어에게 질문했다.

“반잠수선 갑판과 부두가 요동 없이 수평이 되려면 만조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오후 1시 안팎이 좋습니다.”

“조석 간만의 차이에 맞춰서 수평을 미세하게 조정하려면 반잠수선에서 평형수 양을 잘 조절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엔지니어는 동의했다.

세월호가 육상으로 완전히 올라온 시점은 4월 9일 오후 5시 30분이었다. 선체를 실은 MT가 반잠수선 갑판을 떠나 부두 위로 올라오는데 3∼4시간이 걸렸다. 부두에 직각 접안한 후 무려 나흘 이상이 걸린 셈이다.

“길이 146미터 세월호가 정말 부두로 올라 왔다는 거요?” 

모두들 기뻤다. 당연히 박수도 나왔다.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양륙 과정을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3년간 세월호 참사로 함께 아파해온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동시에 미수습자 9명의 안전하고 조속한 수습을 호소했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처음 올려 놓은 철재부두에 그대로 내려놓기로 했다. 혹시 약해진 선체가 무너질까 원래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객실부 절단을 사실상 배제했다. 반잠수식 선박에 있던 받침대 3줄을 차례로 부두 위로 가져와 세월호를 받치는 모듈 트랜스포터 사이에 집어넣는 작업을 10일 저녁 끝냈다. 그리고 11일 오전 7시 30분부터 받침대의 높이를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모듈 트랜스포터의 유압을 낮췄고 오전 10시 20분 세월호를 받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은 공식 발표했다.

“11일 오후 4시,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했습니다.”

이로부터 일주일간 외부세척과 방역,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측정, 안전도 검사를 하면서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대형여객선이라 미수습자 수색에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 몇 년 동안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5층 규모의 넓고 거대한 빌딩을 수색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장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원회는 합동으로 수색 계획을 발표했다.

“코리아샐비지는 현재 펄을 걸러낼 체 10여 개를 특수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로세로 각 1미터 크기의 체엔 지름 5밀리미터의 구멍 수천 개가 나 있다. 유해발굴 전문가의 건의에 따라 체는 펄 걸러내기 작업에 사용된다. 선체 수색은 붕괴나 함몰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반잠수선 갑판에선 유류품 100여 개가 발견됐다. 세월호를 옮기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들이다. 유류품 가운데 휴대전화 한 대도 있었다. 3년이나 부식된 휴대전화 메모리를 복구한 전력은 전무후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IT 기술력은 유가족들의 염원에 부응했다.

“지구의 신비가 풀린 느낌이랄까.” 

서정원은 감동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해역 펜스(200미터 x 160미터) 내에서는 미수습자 수색이 이루어진다. 특히 찌그러진 우현이 박혀 있던 지역엔 네 번의 반복수색이 진행된다. 인양 과정에서 제거한 램프 역시 인양 계획에 포함됐다. 앞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고 하루가 지난 4월 1일 침몰해역 수중수색을 재개했지만 미수습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되자 마도로스 출신 4명이 목포 선술집에 모였다. 모두가 4,50대로, 부산의 상선 학교 선후배들이다.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속마음을 털어 놓자는 게 모임의 목적이었다. 나이 순서대로 선체조사위원, 목포항 도선사, 서정민 그리고 후배가 함께했다. 서정민은 전문가인 선체조사위원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바람이 컸으나 다른 사람들은 구사일생 살아난 서정민의 이야기도 관심사였다.

막내가 배가 육지에 올라온 것을 기념하자는 말에 일제히 “배가 산으로 올라온 걸 기념한다고?” 하며 포화를 쏟아부었다. 민망해하는 후배는 “용어를 잘못 선택했나?”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선술집으로 들어섰을 때 도선사는 주인에게 인사했다.

“목포에 놀러 온 손님들을 이리로 도선해 왔으니 잘 모셔요.”

도선사다운 표현이다. 주인도 잘 알아듣는다.

“며칠 만에 할 수 있는 인양을 3년간 미룬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자리에 다 앉지도 않았는데 서정민이 선체조사위원을 바라보며 포문을 열었다.

“배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야. 만 톤이 넘는 배를 들어올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구. 더구나 장소가 유속이 빠르기로 소문난 맹골수도였어. 거기서 한 달은 부력을 확보하려고 공기를 집어넣고, 여러 달에 걸쳐 뱃머리를 끌어올려 리프팅 빔을 박아넣는 작업을 했다니까. 이런 물밑 작업을 먼저 한 뒤에 비로소 인양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거지.”

“흡사 정치인같이 말씀하시네요. 물밑 공작을 하게요.”

도선사가 도중에 농을 걸었다.

“지금 농담 따먹기 하는 때냐? 옆에 조난자 서정민 사장이 있는 마당에.”

서정민은 못들은 척 태연하게 있었다. 조사위 선배는 말을 이었다.

“배를 들어올리는 작업 자체는 전체 작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고의 인양 지연설은 사실이 아닌 편향된 오류일 뿐이라구. 일부러 지연한다고 정권에 도움 되는 게 없는데….”

도선사는 여전히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판단 착오와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아서 인양기간이 예상보다 지연된 건 사실이잖아요. 원래대로라면 2년 정도면 인양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크레인으로 인양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기간이 길어지긴 했지.”

“선미 램프도 중요한 증거인데 인양 과정에서 절단되었고요.”

“세월호 선체와 반잠수선의 수심 차이가 1.5미터도 안 된 상태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봐야지. 해저에 떨어진 램프도 인양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 같아.”

막내가 부어주는 소주잔을 들며 조사위는 설명을 계속한다.

“세월호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천공을 했지만 예상만큼 배수가 되지 않아서 무게가 줄지 않았던 것도 작업을 힘들게 했지. 유실을 막으려고 천공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안이 없었어.”

서정민도 소주잔을 들었다. 그리고 질문했다.

“좌현의 찢어진 철판을 절단한 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듈 트랜스포터의 진입을 방해한다는 이유였는데, 당장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고 하니, 증거 인멸이 아니냐고 항의할 만하지. 외국 감정업체에 조사를 의뢰해 놓았으니까 지켜봐야지.”

술잔을 다 채우고 난 막내가 질문을 던진다.

“인양 중 철판이 찢어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거긴 리프팅 빔이 없어서 선체를 받쳐주지 못한 곳이야. 내부의 물체가 쏠리면서 늘어난 하중을 견디지 못해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어.”

배에 대해서는 다들 전문가라 이야기가 자꾸 길어지매 도선사가 술잔을 가리켰다. 선배 대접이 이러면 안 된다면서, 후배들에게 한마디하고, 이제는 선배 앞으로 다가가 잔을 권했다.

“자리가 간소하지만 목포 토박이가 대접하는 것인 만큼 잔을 드시면서 말씀하시죠.”

그리고 건배했다.

“세월호 인양을 축하하면서, 위하여!”

원샷을 하고 다시 잔을 채운 일행은 선배 조사위에게 건배사를 제의했다.

“미수습자의 완전 수습을 위하여!”

선배의 마지막 건배는 간절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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