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5 10:29
김한규 유라시아 라인 대표이사/"신뢰가 지켜지는 한해 되기를…"
해운업계에 발을 디디면서 처음으로 쉬핑가제트를 접한 것도 벌써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다. 우선 새해는 업계의 모든 분들에게 있어 건강하고 보람된 한해가 되시라고 지면을 통해서나마 인사드리면서 또한 내 자신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람구실 제대로 하면서 살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광화문을 지나다 교보문교 건물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의 싯귀를 보고는 가슴이 찡했던 적이 있다. ‘울타리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접시꽃은 붉은 물이 들었다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라는 구절이었다. 서로의 희끗해진 머리를 가리키며 낄낄 웃고 넘기긴 했지만 뒤돌아 볼 틈도 없이 바쁜 척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과연 어떤 물이 들었으며 또한 주위의 사람들에겐 어떤 색깔로 비춰지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강한 메시지였다. 새해에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여 늘어난 흰 머리카락의 숫자가 나를 나타내는 단순한 색깔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가 배어있는 겸허하고 성숙한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라면, 신뢰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몇 년간은 우리업계뿐 아니라 나라전체가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해였고 일반 경제이론으로는 예측 불가한 혼란의 시기였으며 저마다 ‘제로섬'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결과로 최소한의 상도의나 신뢰마저 허물어져버린 안타까운 시기였음을 동감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공멸의 길로 가기보단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조해서 공존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한해가 되길 정말 간절히 기원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떤 건물의 옥상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을 통하여 국정홍보처에서 만든 듯한 홍보비디오를 잠깐 보았다. 우리민족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유전자가 존재 할 수야 없지만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은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게 사실이고 지금 살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수십 년 전의 절박했던 보릿고개와는 그 성질이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업계도 수년동안의 어려움을 나름대로 잘 버텨왔으므로 이제는 한 단계 더 뛰어오를 수 있는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새해에는 건강과 행운이 업계의 모든 분들과 함께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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