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4 10:53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후배들에게 관현악을 '전수'하며 분위기 바꾸기에 나선 공무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해양수산부 허용범(許龍範.51) 심판관은 35년째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67년 서울 경동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밴드부에서 처음 알토 색소폰을 잡은 그는 해양대 재학 시절에는 '노티칼26'이라는 교내 그룹에서 연주자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 배를 탔던 10년 동안은 잠시 색소폰 연주에 소홀했지만 8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습을 해왔다.
몇달 전 그는 해양부 인터넷 게시판에 관현악을 배울 후배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10여명 정도가 신청했으나, 바쁜 일을 핑계로 대부분 중도포기하고 2명 정도만 매주 그와 서울 종로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심판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해보니 조직이 많이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음악이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후배들과 연주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사 지하 창고를 연습실로 개조해보려 했으나 시설 허가 등 절차가 복잡해 결국 스튜디오를 빌려 연습하고 있다.
주말 모임에는 10년 차이의 고등학교 선후배들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직업은 제각각이지만 관현악이 좋아 모인 이들이다.
허 심판관은 최근 몇년간 4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 윈드 렐리스 앙상블이라는 아마추어 관현악단에서 알토 색소폰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작년 말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그는 "후배들이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꿔가는 데 씨 뿌리는 역할 정도로 만족한다"며 "고등학교 때 키가 작아 비교적 크기가 작은 알토 색소폰을 택했지만 어떤 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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