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4 16:46
현행 외화환산회계제도가 해운경영 투명성 ‘발목 잡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행 기업회계기준상 외화환산방법이 오히려 해운기업의 재무제표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등 해운기업의 경영투명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화급한 실정이다.
특히 정부로부터 기업회계기준의 제?개정업무를 위임받은 한국회계연구원도 현행 기업회계기준을 외항해운업종에 적용함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안마련은 고사하고, 한국선주협회가 건의한 환산손익 이연처리 또는 해운업회계준칙 별도제정방안을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용할 뜻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도 대미 원화 환율이 12월들어 갑작스레 인상됨에 따라 그동안 선박확보로 인해 약 82억달러의 장기외화부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외항해운업계는 전년도에 이어 금년에도 약 5천796억원(추정)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함으로써 외항해운기업의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대외신인도를 실추시켜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 현행 외화회계제도로 인한 외항해운업계의 피해가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항해운업은 그 특성상 국제경쟁력이 가장 치열한 업종이고 막대한 선박확보 자금이 소요되는 장치산업으로서 생산수단인 선박확보를 위해 매년 10억달러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들 자금을 해외에서 차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운업의 특성상 선박확보에 소요되는 자금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운업체들은 100% 자기자금으로 선박을 확보하는 경우는 없고 20%내외의 자기자금을 가지고 장기저리의 금융을 물색해 선박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때문에 해운업계의 외화차입규모는 선박확보량에 비례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운업체들의 이같은 장기외화부채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운임수입을 달러화로 받고 이 돈으로 장기외화부채에 대한 원리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외화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손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행 기업회계기준상 환산손익처리방법을 보면 외화환산손익은 외화환산손실 또는 외화환산이익의 과목으로 해 당기손익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외항해운업계는 지난해 장기외화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손실액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돼 해외차입시 제한을 받거나 금융조달 비용상승이 불가피하고 주가(株價)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장기외화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손실을 당기반영함으로써 가뜩이나 해운시황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외항해운업 재무상태를 심하게 왜곡시켜 투자자를 오도하고 있는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선주협회는 최근 외항해운업계의 재무상태 왜곡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수차례 환산손익을 이연처리하거나 해운업회계준칙을 별도로 제정해 줄 것을 한국회계연구원 등 관계기관에 강력히 건의했으나 한국회계연구원은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수용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항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시행되는 기업회계기준이 해운기업의 재무제표를 심하게 왜곡시켜 경영투명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대해 책임있는 기관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국제회계기준만을 들먹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회계연구원의 구태연한 자세를 비난했다.
한국선주협회도 장기외화부채와 환율로 인해 손익이 뒤바뀌는 재무제표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관하고 있는 정부 감독기관과 한국회계연구원도 현행 기업회계기준으로 인해 야기된 외항해운업체들의 피해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협은 지난 96년이후 외화환산손익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회계기준에 대한 연구용역 시행과 세미나 개최, 대정부 건의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한국회계학회 등 회계학자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국제회계기준만 따라가자는 무책임한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회계기준을 관장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기축통화가 달러인 관계로 당연히 외환리스크가 없으며 유럽의 경우는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만일 환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국제회계기준을 자기 편의대로 바꿔 버리거나 G-7 회의 등을 통해 환율을 조정할 능력이 있으므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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