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5 12:40
유럽연합(EU) 각료들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한국 조선업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합의했다.
EU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덴마크의 벤트 브렌트센 경제장관은 EU 경제장관들이 EU-한국 조선 분쟁을 WTO 제소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며 EU의 한 대변인은 EU-한국 조선 분쟁 사건이 10월 20일께 WTO에 접수될 것이라고 전했다.
EU가 한국 조선업계를 WTO에 제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한국의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회원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계에 보조금을 다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변인은 EU와 한국이 지난 9월 25~26일 브뤼셀에서 조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담판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EU 경제장관들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조선 분쟁 해결을 위한 브뤼셀 회담에 앞서 한국이 끝내 타협에 응하지 않을 경우 WTO에 제소하는 한편 지난 2000년 폐지된 조선 보조금도 부활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EU 회원국 가운데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덴마크 및 스웨덴은 EU 조선업계에 대한 정부지원 재개가 업계 구조조정에 장애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EU는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포함,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선박을 건조 비용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측은 이를 원화약세와 효율적 철강산업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EU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유럽연합(EU) 일반 이사회가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결정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EU측 조선 보조금을 WTO에 맞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역시 9월 30일 밝혔다. 정부는 EU가 제소를 하더라도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최대한 우리측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EU측 조치는 EU내 경쟁력 없는 조선소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시장왜곡을 심화시키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EU측의 조선보조금에 대해 WTO에 맞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WTO 제소에 대한 EU 집행위의 발표를 접한 EU 조선업협회(CESA)의 라인하르트 뤼에켄 사무총장은 “WTO가 (승소) 판정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면서 “상황이 처음에 비해 더 나빠졌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협회 측은 EU 조선업계의 수주가 지난해 톤 기준으로 37%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그 폭이 50%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WTO에 제소되면?
◆ 최종판정 최장 24개월 소요 = 한·EU 조선분쟁이 WTO라는 국제적 통상분쟁의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양 측은 60일 가량 WTO 양자협의를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도 입장 조율이 되지 않으면 WTO 분쟁조정 패널이 구성된다.
패널은 보통 양측이 추천한 1명씩과 중립적 전문가 1명 등 모두 3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제소내용에 대해 심의를 벌여 WTO 규정 위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소에서 판정까지는 대략 9~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고 WTO 판정에 불복, 우리가 재심을 요청할 경우에는 12~15개월까지 걸리며 패널판정 이행시한까지 포함할 경우 최종판정은 제소 이후 21~24개월이나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EU 보조금, WTO에 맞제소 = EU는 지난 6월 각료이사회에서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0월부터 계약가액의 6%를 조선보조금으로 지급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EU가 선가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이는 직접보조금으로서 WTO 보조금 허용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맞제소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홍기두 자본재국장은 “EU가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고 있는 혁신보조금이나 지역개발보조금과 달리 선가연계보조금은 가격을 직접 보조하겠다는 것으로 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된다"면서 “이 경우 WTO에 맞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다만 WTO 제소 이후에도 양자간 협상이 가능한 만큼 협상을 제안해 올 경우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은 있다"고 덧붙였다.
◆ 업계 피해 미미 전망 = EU측이 WTO 제소를 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그 동안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처방안을 강구해온 만큼 당장 우리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WTO 제소 시 패널 구성에서 최종 판정까지 대략 1년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고 또 8월말 현재 향후 2년간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수주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일감이 모자라는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영업활동이 다소 위축될 우려는 있겠지만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주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EU가 2000년 말까지 9%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업체의 수주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서 “EU 업체의 경쟁력이 우리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보조금 지급이 수주에 당장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자부도 “WTO로 가더라도 우리 조선산업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부와 업계가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철저하게 준비 중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EU 조선분쟁 일지
▲99년 11월 : EU 집행위, 한국 조선업체 불공정행위 제기
▲99년 11월 : EU 산업이사회가 한국조선업계에 대한 WTO 제소 검토 승인
▲99년 12월 : 한-EU 첫 민관 합동회의
▲2000년 6월 : 한-EU 조선합의록 서명
▲2000년 9월 : EU 집행위 전문가 한국 조선소 방문조사
▲2000년 10월 : EU 조선업계, 한국업계 불공정관행에 대해 TBR(무역장벽규정) 조사 요청
▲2001년 5월 : TBR 조사 종결
▲2001년 5월 : EU 집행위 한국조선업계 WTO 제소방침 확인
▲2001년 7월 : 우리측 7개 선종 목표가격 제시
▲2001년 7월 : EU 보조금 재개(안) 및 WTO 제소추진 결정
▲2001년 12월 : EU 각료이사회, 보조금 재개 및 WTO 제소논의 회원국간 이견으로 결렬
▲2001년 12월 : EU집행위, 한국에 대한 추가 TBR 조사개시
▲2002년 5월 : EU 추가TBR 보고서 작성
▲2002년 6월 : EU 각료이사회, 보조금 재개 및 WTO 제소 결의안 채택
▲2002년 8월 : 9차 한·EU 민관협의 실시
▲2002년 9월 : 10차 한·EU 민관협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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