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7 10:11

칼럼 / 곳간(庫間) 열쇠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창고를 옛날엔 곳간 또는 광이라고 했다. 곡물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관하였다. 곳간 열쇠는 집안의 맏며느리인 종부( 宗婦 )가 관리하였는데 곳간 열쇠를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것은 살림을 독자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다는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고 집안 살림을 총괄하는 권한과 경제권을 물려받는 것이었다. 지금도 ‘곳간 열쇠’는 경제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물류부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던 시절에 창고 책임자를 창고장이라고 불렀다. 창고장은 옛날 종부와도 같은 존재였다. 창고는 튼튼한 자물쇠로 잠겨있었고 어떤 제품도 창고 열쇠를 관리하는 창고장의 허락 없이는 입고되거나 출고될 수 없었다.  창고장은 어떤 제품이 어디에 얼마만큼 적재되어 있는지 얼마만큼 입고되고 출고되었는지 등 보관과 입출고에 대한 모든 업무를 훤히 알고 있었으며 창고와 관련되는 영업과 생산에 관한 모든 업무를 꿰뚫고 있었다. 그리하여 생산이나 영업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다양한 인맥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신속하게 해결하였다. 그리고 창고장은 재고관리 업무 외에 수송과 배송업무도 담당하며 배송원과 기사들을 관리하였다. 생산의 차질이 생겨 재고가 부족할 때, 거래처나 지점에 물량을 배분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고 거래처의 긴급주문이 발생하였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도 창고장의 업무였다. 실로 창고장의 임무는 중요하였고 권한 또한 막강했다. 그러다보니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재산을 성실하게 지켜 줄 믿음이 창고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창고의 열쇠를 간수하게 하였다. 그래서 오너의 친인척이나 동향 사람이 창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창고의 의미가 달라졌다. 생산시설이 외국으로 이전되고 FTA등 시장개방으로 소비재가 대량으로 수입, 수출되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물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기계화를 폭넓게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창고장의 역할과 곳간 열쇠의 의미 또한 크게 변화하였다.

물류정보시스템은 수주와 발주업무를 관리하는 EOS(Electronic Ordering System), 그리고 창고를 관리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운송을 관리하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등이 회사의 생산, 영업, 인사, 회계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ERP등)과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곳간의 열쇠를 열지 않아도 재고는 물론 작업의 진행사항과 보관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되었고 GPS로 수배송 차량의 관제도 가능해졌다.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공장에서 출하되어 통관, 선적, 출항, 입항, 통관, 입고되는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비지빌리티(Global Visibility) 서비스가 개발되어 물류흐름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품의 수량과 입고예정 날자는 물론 내 화물이 어디쯤 있는지, 운송중 문제가 발생한 화물은 없는지, 그리고 지연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화물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 글로벌 물류기업은 LG 히다찌와 유로지스넷이 개발한 GLIS(Global Logistics Information Synchronization)라는 정보시스템을 통하여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지는 수배송 상황을 서울 사무실에 앉아서 확인하고 있다. 자동 고층창고가 건설되어 고층랙에 제품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수많은 고객의 다양한 주문이 오더 피킹 시스템(Order Picking System)에 의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다. 그리고 출고된 제품을 고속으로 거래처의 운송 방면별로 분류하여 주는 소팅 시스템(Sorting System) 덕분에 주문 후 24시간 내에 배송이 가능해졌고 고객에게 도착예정 시간까지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빠른 변화로 곳간의 열쇠는 보관된 제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제품의 흐름을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의 열쇠로 바뀌었다. 자기회사와 관련된 공급망(Supply Chain)을 전 세계 지구촌을 대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강하게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지 가장 싸고 품질 좋은 곳에서 조달받아 전 세계를 상대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시대가 되었다.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월마트는 생산, 물류, 판매정보의 공유를 기반으로 하여 기업간 연계를 강화한 ‘Collaborative Commerce’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표준 데이터를 일원화하여 등록하고, 인테넷을 통해 거래정보를 동시에 교환하면서 SCM, 판매, 판매촉진, 제품개발을 추진하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반기업이 이러한 ‘Global Supply Chain’을 지원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구축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투자와 인원,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물류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본업이 아닌 물류부문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안정된 물류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전문업체에게 모든 물류업무를 위탁하게 되었다.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맡겼던 곳간 열쇠를 물류전문업체에게 맡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와 입출고, 유통가공, 수송, 배송까지 곳간과 관련된 업무를 모두 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3자물류(Third Party Logistics)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웃소싱을 통하여 조직을 슬림화하고 리스크(Risk)를 분산시킬 수 있으며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물류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곳간의 열쇠를 제 3자에게 모두 내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기도 하지만 Global 선진 기업들 대부분은 물류업무를 3자에게 아웃소싱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59.6%(2012년 한국무역협회 제3자물류 활용 실태조사)가 전문물류업체를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이토록 중요했던 곳간 열쇠를 남에게 맡기는 아웃소싱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고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3자물류업체를 이용하기 전에 몇 가지 자기회사의 상황을 살펴보고 검토하여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상물분리(商物分離)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물류관련 업무와 규격등을 국제 표준에 맞추는 계획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3자물류 업체에서 제시하는 주문 마감시간, 반품 및 교환품의 처리 기준등에 대한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며 배송 리드 타임, 품절 또는 홍수출하등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 인수증 처리, 인수거절에 대한 정보제공등 회사의 요구사항 및 기준을 지켜줄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하여야 한다. 생산, 구매, 재고운영, 고객서비스 기준등에 대한 회사의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모든 직원들이 이것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사항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계약할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오히려 3자물류 업체에게 사정하는 입장이 되고 예속될 우려가 있다. 또한 비용에 대한 계산은 합리적이며 파손, 분실, 지연등 손해에 대한 배상기준과 금액, 기일등은 복잡한 법적 분쟁 절차 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약에 명시하여야 한다.

회사의 모든 사정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었던 창고장과 함께 일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계약을 한다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3자물류업체가 첨단 정보통신 기술로 재고 상황과 서비스의 품질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해도 세밀한 부분까지는 통제하기 어렵고 긴급, 또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예측하여 계약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물류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하고 통제하기 위한 또 다른 고급 업무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리고 사내 물류전문가가 육성되지 못하고 정보 유출등의 부담이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부담을 피하고자 운송, 하역등 단순 업무와 국제물류부분만을 아웃소싱하고 물류의 핵심통제권은 유지하거나 기존에 보유한 물류인프라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물류자회사(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문제 검토 후)를 직접 설립하기도 한다. 이렇듯 곳간 열쇠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지만 덜컥 남에게 내어주기에는 소중한 존재이다. 옛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물려주듯이 신중하게 검토한 후 곳간 열쇠는 내어 주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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