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자에 이어>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 관해 국내 법원(2심)이 그 중 소송비용 부분에 관해서는 감액을 한 사안을 소개하고 이에 관한 당부에 관해 검토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이 사건 분쟁 및 재판 시작에 이른 경위는 아래와 같다:
O 원고는 미국 켄터키 주의 말 농장 운영자이고 피고는 제주도의 말 농장 운영자로서 피고는 그 소유의 말 1필을 15만불에 원고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O 그런데, 이 계약 체결 후 이행이 되지 전에, 이 말이 낳은 “도미니칸”이 켄터키 주에서 열린 유명 경마 대회에서 우승하자, 피고는 입장을 바꿔 100만불을 받기 전엔 이 말을 인도할 수 없다고 통지하고, 결국 이 계약은 파기됐다.
O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켄터키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미화 639천불 및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일식수익의 전보배상액 481천불 및 자문비용, 법률비용 등 비용손해 158천불로 구성돼 있다.)
O 원고는 국내에서 이 판결에 대한 집행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집행판결을 구했고, 1심에서 전부 승소했다. 이에, 피고는 항소했고 2심 법원인 광주고등법원 제주부가 항소심 판결을 내렸고, 이것이 평석 대상 판결이다.
3. 법원의 판결
가. 피고는 켄터키 주 법원이 관할이 없음을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이 집행판결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광주고법 제주부는 “말의 적정가격이 얼마이고 원고가 주로 미국에서 지출했거나 지출할 예정이었던 비용의 타당성과 그 범위가 문제가 되며 이를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미국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미국 켄터키 주법원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말을 인도받기로 한 곳이 켄터키 주라는 점도 덧붙였다.
나. 피고는 또한 켄터키 주 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광주고법 제주부는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O 이 사건 대상판결에서 인정된 자문료, 법률비용 및 소송비용 전부를 승인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또는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O 말의 매매가격은 150천불이었고, 켄터키 주 법원은 손해배상액으로 639,044달러를 인정했는데 그 중에는 원고가 피고로 해금 계약을 이행하게 하기 위한 자문비용 50,000달러, 소송 전 법률비용 57,379달러, 소송중 지출한 소송비용 중 손해배상으로 인정하기에 상당한 50,000달러(원고가 소송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주장한 금액은 112,779달러)가 포함돼 있으며, 원고가 소송과 관련해 지출한 소송비용과 자문비용 중 이 사건 순회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157천불은 이 사건 매매대금인 150천불을 초과할 정도로 다액이다.
광주고법 제주부는 상기에 위 전보배상액인 위 481천불에 대한 한국의 “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에 따른 금액은 1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기하면서, 전보손해액은 전부 인정하되, 비용손해액의 50%인 79천불만 인정해, 560천불을 집행판결의 원금으로 인정했다.
4. 이 판결의 검토
가. 매매계약상 말의 인도 장소가 켄터키 주이고, 말에 관한 검사도 켄터키 주에서 있을 예정이었으므로 켄터키 주 법원이 관할이 있다 할 것이고, 피고 또한 동 법원의 절차에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응소했다. 따라서 집행판결 단계에 와서 동 법원이 관할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고, 따라서 동 법원의 관할에 관한 피고 주장을 배척한 평석 대상 판결은 정당하다.
나. 그런데, 평석 대상 판결이 비용손해를 절반으로 감축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1) 민사집행법 27조는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위와 같은 실질재심사(revision au fond) 금지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에 관한 켄터키 주의 관할이 인정되는 한, 손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켄터키 주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지 한국 법원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3) 한국법이 소송비용을 법원의 공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한국법의 사정일 뿐이며, (4) 나아가, 자문비용을 발생케 하는 관습이 한국에 없다는 것도 이를 집행판결에서 따질 것은 아니다. 결국 비용손해를 감축한 평석 대상 판결은 실질 재심사의 원칙에 위반이다.
다. 이 판결에 관해 원고는 (아마 감액된 액수가 전체 소가 대비 10% 남짓한 수준이므로) 상고하지 않았고 피고만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사건 미국판결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정되는 수준보다 다액의 변호사비용을 피고에게 부담하게 했더라도 이러한 변호사비용의 배상을 명한 이 사건 미국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평석 대상 판결이 이 부분을 감액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피고 측에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음을 부기했다.)
5. 결론에 대신해
외국법원의 재판에 관한 집행판결 중에 외국법원이 인정한 법률비용이 한국에서의 유사소송보다 현저하게 큰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은 외국 현지에서 소송절차에서 정당하게 인정된 것이므로 한국에서의 집행판결 단계에서 이를 감액할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 비용은 외국에서 발생한 실비 그대로인 것이지, 징벌적 손해같이 실비를 초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대법원이 방론적으로나마 평석 대상 판결의 감액 조치를 비판한 것은 극히 정당하다.
이 기회를 빌려, 한국법이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소송비용보다 낮은 액수를 소송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제 표준이 아님은 물론, 법률시장을 위축케 할 뿐임을 강조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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