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국내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이른바 ‘개별입지’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사업자가 직접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적합한 입지를 발굴하고, 사업의 첫 단추인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해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행정청이 본 사업 단계에서나 고려할 법한 민원이나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 가능성 등 불확실한 미래의 사정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은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4년 10월 25일 선고 2024두41106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기초 사실을 살펴보면, 모 사업자가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위한 풍황 측정 목적으로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신청했으나, 행정청은 ‘이해관계자 반대’와 ‘다른 사업자와의 입지 중복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이에 대법원은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은 풍력발전사업허가를 얻기 위한 사전 조치이기는 하나, 풍황자원의 현황을 측정하기 위한 것일 뿐 그 자체가 풍력발전사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대법원은 근거 법령에 따라 풍향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이 이뤄진 경우 공유수면관리청으로서는 원칙적으로 허가대상 행위인 ‘풍황계측기 설치’로 발생하는 해양환경·생태계·수산자원 및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이나 어업 피해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허가 여부를 심사해야 하며,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풍력발전사업에 관한 사항을 들어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대법원은 풍력발전사업허가를 거부해야 할 정도의 사유가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 당시 이미 확인되고 그 사유가 장래 변동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거나,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 당시에는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풍력발전사업허가를 할 무렵에는 발생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신청한 사람이 이후 풍력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하더라도 행정청으로서는 풍황계측기에 의한 풍황자원 측정 결과와 관계없이 그 신청을 불허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무용한 절차에 불과하여 사회적 낭비만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즉, 그러한 사유는 비록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인허가 절차의 단계별 독립성을 인정하고 사업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개별 소송을 통한 사후적 구제책이라고 한다면, 최근 2026년 3월 26일 시행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입법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해상풍력법은 정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는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입지 선점 경쟁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해상풍력법의 시행으로 사업 환경이 ‘계획입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2025년 3월25일부터‘해상풍력발전지구’가 아닌 곳에는 신규 풍황계측기 설치 신청 시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가 금지돼 풍황계측기 설치와 관련한 분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해상풍력법 제33조 제2항 참조), 해상풍력법상 ‘해상풍력발전지구’에서는 여전히 상기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심사 기준에 따라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 정리하면, 이번 기고를 통해 소개한 대법원 판결은 해상풍력사업 인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법적 원칙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해상풍력법이 새로이 시행됐으나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사업자가 여러 단계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 행정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점은 사실 동일하다. 하지만 각 인허가 단계에서 행정청의 심사 시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 하에서도 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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