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4-04 11:15
심은하와 이정재가 만났다. 이 말을 듣고 설레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국내
최고의 여배우라는 수식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을 만큼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심은하와 얼마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수려한
외모에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이정재. 그들이 채우는 영화 <인터뷰>의 화면
은 그 자체로 빈틈이 없다. <인터뷰>는 2000년의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이
들을 주목하게 할 것이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은석(이정재 분)과 카메라는 다양한 ‘사랑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속에 있을 진실을 찾아 머무르지 않고 옮겨 다닌다.
-김윤아(27세. 뮤지션, 그룹 ‘자우림’의 보컬): 현재의 연애를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있게 말하던 그녀. 친한 오빠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그녀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특별함보다 그녀의 솔직함 때문에 매력적이다.
-김새별(26세. 애니메이터): 가장 마음 아팠던 추억을 묻는 질문에 지금의
애인이 아닌, 헤어진 그를 떠올리며 눈물을 터뜨렸던 그녀. 인터뷰를 계속
해나가는 과정 중에 현재 만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확신이 서
지 않는다며 헤어졌다.
-추상미(28세. 배우): 자신을 위해 ‘고양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던 중학교
때 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함명호(31세. 회사원): 예고편에서 “담배 피우는 여자 싫어해요. 키스할
때 맛이 재떨이 같아요.”라고 말하던 남자. 그러던 그는 지금의 그녀(물론
담배를 핀다!)를 만난 다음부터 그 생각이 싹 달라졌다고 한다.
그밖에 카메라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 그 중 한 여자가 그의 눈에 들어온
다. 그가 찾아 헤매던 진실을 닮은 듯한 여자, 영희(심은하 분)에게 초점이
맞쳐진다.
카메라는 은석으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하게 한다. 그녀의 일상과,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목소리가 되어 그에게 말을 건다. 그는 결국 영화작업을 위
한 인터뷰 대상이 아닌,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대상으로 그녀를 느끼게 되
고, 자신의 카메라(객관적 시선)를 거두게 된다.
카메라가 기억하는 맨 처음의 그녀는 미용사 이영희. 군에 간 남자친구가
있다는 평범한 여자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녀의 이야기 사이로 얼핏얼핏
내비치는 그녀 안의 어두움과 왠지 모를 머뭇거림까지 함께 담는다. 결국
은석이 건넨 카메라 속에 자신의 진실을 털어놓는 그녀.
“이영희라고 해요. 나이는 스물 일곱살. 춤을 췄어요...” 이제, 그녀는
카메라를 통해 동시에 카메라 없이 세상에 발 딛기 시작한다.
영화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다큐멘터
리 속 일반인과 대화하는 픽션 속 배우들의 모습이 상징하듯이 ‘다큐멘터
리와 픽션의 만남’이라는 형식은 ‘인터뷰와 인터뷰와의 만남’이라는 내
용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으며, 끊임없이 서로의 경계를 오간다. 그 속에
서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내세우는 기존의 연기패턴과는 다른 모습으로
연기한다. ‘카메라 앞과 뒤에서 어떤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기 아
닌 연기를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속 실제 인물들과 픽션 속 배
우들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영화 <인터뷰>의 인물들이 택한 ‘인터뷰’라
는 소통방식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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