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에서 소외된 교민 자녀들에게 음악을 알게 해주고 싶었죠.”
지난 주말 중국 다롄시 개발구관리위원회 건물에선 귀에 익은 교향악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2008년 7월 단3명의 연주자로 시작한 다롄지역 최초의 한국청소년 관악단 ‘윈드앙상블’이 ‘제2회 정기연주회’로 300여명의 다롄 교민들에게 떠나는 봄의 아름다움을 안겨 준 것이다.
지휘대에 서서 이들을 이끈 김준 윈드앙상블 단장(45·STX다롄 조달본부 통관팀장)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교민 자녀들에게 음악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연주회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다롄 교포들 사이에서 ‘김 마에’로 통한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명지휘자 강마에에서 따온 이 별명엔 문화적으로 척박한 이 곳에서 열정을 바쳐 청소년 관악단을 만들고 이끌어 낸 그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다.
지난 2007년 STX다롄에 근무하며 이곳과 인연을 맺은 김 팀장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다롄의 교민자녀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2년 전 관악단 창단을 결심하고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실행에 옮기게 됐다.
김 팀장은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대학부터 군대 복무 중까지 7년 동안 관악단 트럼펫 주자로 활동하며 아마추어 음악인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그는 합주를 할 때 상대방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 소리만 고집할 경우 합주를 망가뜨리게 돼 다른 연주자들과의 협동심이 필수적인데다 자기실력보다 어려운 곡의 제소리를 내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본인에게 주어진 연주부분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협동심, 책임감, 자신감과 같은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32명의 학생과 13명의 교사로 제법 탄탄하게 꾸려졌지만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다. 악기 구성도 클라리넷, 오보에, 트럼펫 등 3종류 뿐이었다.
김단장은 단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교민 교회, 성당 등 다롄 지역 곳곳에 발품을 팔아가며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매주 토요일 오후 관악단 임시 연습실인 한국국제학교에 모여드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첫 공식데뷔 무대는 2008년 12월 한인 송년의 밤. 이날 ‘윈드앙상블’은 ‘애국가’ 1곡만 연주하는 데도 진땀을 뺄 정도였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100명의 교민들 앞에서 첫 공식 정기연주회를 열수 있었다.
지난 주말에 열린 2회 정기연주회는 첫 연주회 때와는 곡 수준도 한층 높였다. 장미축전서곡, 사운드 오브 뮤직, 데니보이,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이날 연주된 12곡은 한국의 중 고등학교 정식밴드부에서도 2~3년 정도 기량을 닦아야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의 음악들이다.
김 단장은 단원들이 앙상블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협동정신을 키워 미래의 인재로 커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다롄 소재 한국기업들과 교민사회 등에서 후원이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많다. 현재 한국국제학교 교실을 임시로 빌려 쓰고 있어 고정연습실을 만들어 학생들이 연습 때마다 무거운 악기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게 해주고 싶다는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욕심이 있다면, 지금은 단원이 청소년 중심이지만 나중에는 그 가족 구성원들까지 다 함께 참여해 가족 관악단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음악을 통해 ‘소통’과 ‘정’이 있는 가족문화를 다롄 교민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습니다”.<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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