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3 16:06

신간/금요일

글ㆍ그림: 배진수
펴낸이: 이태권
출판사: 소담출판사

한 히키코모리가 있다. 그는 물려받은 유산과 게임 머니로 생계를 유지한다. 9년째 바깥세상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지만 아무런 위화감도 불만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방이 세상의 전부인 그에겐 비교와 부러움의 대상도 없다.

이 평온한 일상에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문 밖으로 나가려 해도 계속해서 같은 방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수백 번 문을 여닫아도 그는 이 닫힌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순전히 자신의‘선택’에 의해 고립됐던 공간이 이제는‘강요’가 된 것.

그는 패닉에 빠지지만, 이내 이 생활에 적응한다. 한정된 공간과 물질 속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유희를 알아가고,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건강하고 금욕적인 인간을 거울을 통해 발견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또 한번의 혼란이 닥친다.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린 것. 당혹감에 빠진 그는 고민한 다. 저 문을 열고 나갈 것인가, 다시 스스로 닫힐 것인가.

이 책에 수록된 상당수의 작품 속 주인공이 인트로의 남자처럼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가령 암에 걸린‘역행’의 주인공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자신의 복제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도플갱어’속 주인공은 자신과 같지만 자신이라 할 수 없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죽이지도 내버려두지도 못하는 난공불락의 상황 앞에서 갈등한다.

작가는『금요일』이“공포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까우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것이 불러오는 연민, 즉 인간애를 바탕으로 했다”고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다. 『금요일』에 수록된 15개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금기시되는 문제가 고스란히 응축된 세계다. 그리고 이 각기 다른 색깔의 세계들은 매회 새로운 목소리로 독자에게 낯설거나 불편한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옴니버스 구성의 스릴러『금요일』은 어찌 보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미디어 문화가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작품이다. 등꼴이 오싹한 귀신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범의 잔혹한 살인 행각이 실감나게 그려진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이 네티즌 사이에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현실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과 인간 본성의 심연에 뿌리 깊이 내재된 불안을 건드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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