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유(벙커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황 함유량 0.5% 이하의 저유황유 가격은 세 달 만에 다시 1000달러를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2일 현재 전 세계 평균 저유황 중유(VLSFO) 가격은 t당 1072달러를 기록했다. 3월9일 이후 77일 만인 지난달 25일 1000달러를 재돌파한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이 입출항하는 싱가포르항에서 거래된 VLSFO 가격은 1086달러였다. 싱가포르항 역시 3월 초 10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같은 달 중순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4월26일 81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한 달 새 40% 폭등하는 반전의 그래프를 그렸다.
전 세계 주요 항구에서도 저유황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같은 날 홍콩은 1102달러,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는 1029달러,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1125달러를 찍었다. 부산항에서도 지난달 중순 이후 1000달러선을 넘어선 뒤 이날 현재 1100달러를 웃도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서구권의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게 저유황유 가격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너지조사회사인 플래츠는 싱가포르항의 월간 벙커유 수요는 200만~250만t에 이르지만 지난 몇 달간 150만~190만t밖에 공급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저유황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유황유 가격과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싱가포르항의 고유황 중유 가격은 640달러로, 저유황유보다 440달러 이상 낮은 수준이다.
두 유종 간 가격차는 지난 4월 말 고유황유 가격이 770달러까지 오르면서 100달러대까지 좁혀졌다가 5월 이후 고유황유 가격은 떨어지고 저유황유 가격은 오르면서 급격히 벌어졌다.
선사들은 연료비가 크게 오르자 관련 부대운임 인상을 예고했다. 한일항로에선 하반기부터 245달러의 유가할증료(BAF)를 부과할 예정이다. 상반기 170달러에서 75달러 인상된다. 이 항로 BAF는 지난해 상반기 9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유가 인상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의 3분기 저유황할증료(LSS)도 인상될 전망이다.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에선 2분기 현재 각각 130달러 490위안의 LSS가 부과되고 있다. 동남아항로에선 1분기에 비해 30달러 오른 반면 한중항로에선 동결된 요율이 적용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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