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로 위험물사고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지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20여년의 해사안전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화물이 더욱 안전하게 해상으로 운송될 수 있도록 향상된 검사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이상진 신임 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달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상진 원장은 한국 해운물류시장의 위험물 관리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험물검사 현장성 제고
이 원장은 취임 후 현안으로 위험화물검사업무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들었다. 올해 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1월1일부터는 외국으로 수출되는 위험물의 검사품질과 수검업체 편의 제고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검사원들이 화물정보와 국제규정 등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돼 위험화물 검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태블릿PC를 이용해 현장에서 곧바로 검사증서를 발급해 원활한 물류흐름을 지원할 수 있는 데다 위험화물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최신정보도 실시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포항 출신으로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이상진 원장은 지난 1994년 선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해양수산부 해사안전분야를 두루 거쳤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 해수부 해사기술과장 해사안전정책과장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을 지냈다. 대표적인 해사안전통인 이 원장이 위험물검사원의 주요 당면현안을 해결하고 향후 발전의 토대를 닦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검사원의 안전교육 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올해 9월 위험물 선박운송 기준이 개정되면서 검사원은 내년 7월1일부터 4시간짜리 위험물 적재차량 운전자 교육을 신설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검사원은 480여명의 위험물 수송트럭 운전자를 대상으로 위험물 분류, 위험물 표시표찰과 운송서류, 위험물 적재 및 격리, 사고시 특별규정 및 화재예방 조치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선박 적재 위험물을 도로로 운송할 때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큰 데다 인명 피해와도 직결됩니다. 차량운전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 게 사고 예방을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사안입니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어요.”
이밖에 해상운송 위험화물에 대한 안전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위험물 선박안전운송 특강교실을 내년 상하반기에 1회씩 실시한다. “내년에 중고생 12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위험물안전교육은 해양안전인식 확산뿐 아니라 해사산업분야의 비전과 해양보전의 필요성을 알리는 기회가 될 걸로 봅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위험물 관련 업무를 소개하는 역할도 할 겁니다."
한중일 위험물 정보교류 기대
이 원장은 내년 하반기에 열 한‧중‧일간 해상포장위험물 안전운송 기술포럼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제포럼을 통해 톈진항 폭발사고와 같은 초대형 재난을 예방하고 3국간 해사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톈진항 사고는 중국 정부와 기업의 위험물 관리 미숙 및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인재다. 천문학적 손실을 야기한 이 사고로 항만에서도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지난해 8월12일 오후 11시30분께 중국 동북부 톈진항에서 두 차례의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사망 171명 실종 12명 부상 700여명 이재민 6000여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톈진 폭발 사고 후 치명적인 독성가스가 사고 현장 주변에서 검출되며 2차 피해의 우려를 낳았다. 당시 물류창고엔 약 700t의 시안화나트륨이 보관돼 있었는데 폭발 과정 중 약 550t이 사라졌다. 시안화나트륨은 물과 만나면 독가스 성분인 시안화수소를 생성시켜 대기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이다.
사고 5일 뒤인 8월18일 내린 첫 번째 비에선 하얀 거품이 발생했으며 비를 맞은 시민들에겐 가벼운 피부 화상이 발견돼 심각한 환경재앙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됐다.
우리나라 역시 톈진항 사고 직후인 같은 해 8월17일 부산 사상구 화학물질 보관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위험물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사고가 난 공장 안에는 톈진항 폭발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시안화나트륨이 저장돼있어 부적절한 대처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국내 위험물 취급량이 전체 화물량의 약 3분의1을 차지함에 따라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위험화물 교역이 활발한 편이라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상호협력의 장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유관기관, 학계, 업계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하는 위험물포럼을 열어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등 위험물 운송과 관련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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