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중항로 운임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이어가 선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물동량이 견실한 모습을 보인 건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이다. 중국 선사들은 열악한 항로 환경에도 신항로 개설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한중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25만7800TEU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321만8300TEU에서 1.2% 성장했다. 11개월 물동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2년 연속 경신했다.
수출과 수입 화물의 희비가 엇갈렸다. 수출화물은 소폭(0.5%) 하락한 105만8300TEU, 수입화물은 4% 늘어난 205만1900TEU였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반등한 수출화물은 1년 만에 다시 하락세를 띠었다. 수입화물은 2023년 이후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20% 감소한 14만7500TEU에 그쳤다. 피더화물은 지난해 18% 증가하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플러스 성장한 뒤 올해 들어선 기저효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성장 폭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상반기 6개월 성장률은 0.6%에 그쳤지만 하반기 7~11월 성장률은 1.9%로 확대됐다.
노선별 실적에선 상하이를 비롯해 신강 다롄 등은 역신장한 반면 칭다오 닝보 등에선 호조를 보였다.
상하이항은 1% 감소한 80만7100TEU, 톈진신강은 4% 감소한 35만8000TEU, 다롄은 5% 감소한 14만8100TEU에 머물렀다. 상하이와 톈진은 지난해 각각 2% 9%의 성장률을 신고한 뒤 올해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다롄은 2019년부터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칭다오는 2% 늘어난 58만9600TEU, 닝보는 2% 늘어난 33만4400TEU를 각각 달성했다. 웨이하이 옌타이 르자오 등의 기타 항만 실적은 5% 늘어난 102만300TEU였다.
운임은 수입 노선에선 3년 연속 하락세를 띤 반면 수출 노선에선 오름세를 나타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 상하이발 부산행 수입항로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13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153달러에서 9%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발 해운 초호황기인 2022년에 사상 최고치인 321달러를 찍은 연평균 수입 운임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23년 161달러로 반 토막 났고 지난해와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사들의 수입원 역할을 하는 수입 운임의 약세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선사 관계자는 “한중 구간에선 수입항로가 선사들의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입 운임의 약세가 지속되면 선사들의 채산성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운임은 소폭이지만 3년 만에 반등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한국발 중국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TEU)당 4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4달러에서 5달러 올랐다. 다만 상승률은 12%의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2022년 11~12월 266달러에서 시작한 한중항로 연평균 KCCI는 2023년 121달러로 급락한 뒤 지난해에도 3분의 1 토막 나는 침체를 보였다. TEU로 환산한 수출항로 운임은 24달러에 불과하다.
저유황할증료(LSS) 등의 부대운임을 제외할 경우 기본운임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더구나 선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기본운임과 분리해 15만원을 징수하던 터미널조작료(THC)를 올해 들어 다시 합산 징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악화된 걸로 평가된다. THC는 운임지수 집계에 반영되지 않아 분리 징수 여부가 KCCI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황 부진에도 중국 선사들은 잇달아 신항로 개설을 발표했다. 중국 허더(合德)쉬핑은 인천항과 모항인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 징탕(京唐)과 창저우시 황화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항로 HIS를 지난 7월 개설했다. 이 항로엔 600TEU급 일반화물선 <사오윈>(紹云)호 1척이 운항 중이다. 우리나라와 황화항을 연결하는 배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더쉬핑의 한국 총대리점은 소패스트코리아에서 맡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산둥성항무국 자회사인 산둥머린(SMC)은 10월에 제주-칭다오 노선을 취항했다. 700TEU급 컨테이너선 <에스엠시르자오>(SMC RHIZAO)호가 월요일에 칭다오를 출발해 수요일에 제주에 입항하는 일정으로 운항한다. 국내 대리점 업무는 자회사인 카페리선사 산둥원양해운한국(옛 평택교동훼리)이 맡았다.
정부에서 항권을 부여하는 한중항로 특성상 한 해 2건의 신항로 개설이 이뤄진 건 이례적이다. SMC는 이에 더해 인천-르자오(日照) 노선 개설도 추진해 카페리선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일조국제물류가 평택-르자오 구간에 카페리선을 취항 중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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